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은 과거 한국의 산업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늘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였다. 최근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4대 그룹에서 실리를 중시하는 총수 시대가 본격화하고 각 그룹의 주력 사업이 뚜렷하게 달라지면서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심점으로 미래차 분야에서 긴밀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에선 총수들 주도의 ‘4대 그룹 전장(電裝) 동맹’이 결성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선대의 갈등·경쟁은 잊어라"…'4대그룹 전장동맹' 이끄는 총수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 회장이 2020년 5월 13일 단독 회동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적인 친분이 두터운 두 총수가 공식적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회동 직후 삼성·현대차 두 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분야 협업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용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해 각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과 최 회장은 2020년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배터리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계에선 국내 4대 그룹의 기업사(史)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4대 그룹은 창업 회장 때부터 재계 순위와 산업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반도체산업에서 벌어진 삼성과 LG의 경쟁, 1995년 삼성자동차 설립 이후 불편해졌던 삼성·현대차 관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리를 중시하는 총수 체제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협업 모드’에 진입한 모양새다. 산업 고도화에 따른 시장 세분화로 한 기업이 모든 분야를 다 잘하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협업의 필요성이 커진 현실적 요인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