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따뜻한 자연환경 조기재배로 차별화…포슬포슬 식감·단맛 인기
고구마라떼·막걸리·도넛 등 가공식품 확대…농가 효자로 '우뚝'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농업은 농업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에 직면하면서 지역을 불문하고 녹록지 않은 실정입니다.

경남에서도 농업인력과 경지면적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신선 농산물의 수출 실적은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등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와 농협,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농가를 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작물을 소개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농업 현장의 모습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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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경남농업](16) 척박한 섬이 경쟁력이다…통영 '욕지 고구마'
경남 통영시는 흔히 '수산 1번지'로 알려졌지만, 인정받는 농산물들도 많다.

그중 욕지도에서 재배되는 '욕지 고구마'는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욕지 고구마가 유명해진 건 지리적, 환경적 영향 덕분이다.

지리적으로는 척박한 섬이라는 특성상 이렇다 할 논농사를 지을 수 없어 고구마 농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던 영향이 크다.

과거 "욕지에서 자란 처녀는 쌀 서(세) 말도 못 먹고 시집간다"는 말이 있었을 만큼 욕지는 먹을 게 부족했다.

그래서 고구마는 사람들이 굶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작물이었다.

여기에 고구마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도 영향을 끼쳤다.

욕지도는 비탈진 곳이 많아 물 빠짐이 좋고 일조량이 풍부해 고구마 재배에 딱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여기에 양질의 황토와 해풍까지 더해져 청정 고구마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현재 욕지도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는 농가는 총 130곳이다.

재배 면적은 40㏊로 수확량은 40t에 이른다.

종류는 대부분 밤고구마로 품종은 신율미가 주를 이룬다.

밤고구마는 굽거나 쪘을 때 수분이 적고 포슬포슬한 편이다.

그중 신율미는 1991년 국내에서 개발된 이후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속살이 노랗고 특유의 단맛이 잘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당도는 보통이지만 식감이 부드러운 진율미가 많이 재배되는 편이기도 하지만 욕지 고구마는 신율미 재배에 더 최적화돼 있다.

시 관계자는 "진율미와 신율미를 모두 재배해보면 욕지도는 신율미가 더 맛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과학적인 근거를 밝히긴 어렵지만 신율미가 더 생산성과 맛에서 뛰어나 욕지도는 신율미 최대 재배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뛰는 경남농업](16) 척박한 섬이 경쟁력이다…통영 '욕지 고구마'
고구마는 보통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가 제철로 가을, 겨울철 간식으로 인기다.

하지만 욕지 고구마는 이보다 더 빠른 재배가 가능하다.

따뜻한 남쪽 기온의 영향으로 7월이 되면 첫 수확을 할 수 있다.

고구마 싹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땅속 온도가 16도 이상 돼야 하는데 보통 5∼6월이 적기다.

반면 욕지도는 3월 말쯤 되면 이 적정 온도에 도달해 조기 재배를 통한 높은 농가 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

시에 따르면 일반 관행재배 고구마가 ㎏당 4천원 수준이라면 조기 재배된 욕지 고구마는 ㎏당 6천원 수준으로 판매된다.

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도움을 받아 '조직 배양'한 신율미 품종을 욕지도에 매년 3만주씩 공급한다.

고구마는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 무균 상태에서 생장한 배양묘로 농사를 짓는 것이 중요하다.

욕지 고구마는 이 같은 도움 덕분에 고품질의 고구마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고구마는 농부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묘를 심느냐가 관건이기도 하다"며 "농가 생산성 유지를 위해 시에서 양질의 배양묘를 앞으로도 계속 공급하는 등 농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욕지 고구마를 활용한 가공식품들도 확대되고 있다.

[다시 뛰는 경남농업](16) 척박한 섬이 경쟁력이다…통영 '욕지 고구마'
고구마라떼나 고구마 막걸리 등 마시는 것부터 고구마 식빵과 고구마 도넛도 최근 인기다.

특히 욕지도 고메원 도넛은 '2019년 통영시 명품특산물 해풍내음'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명품특산물 해풍내음은 통영시가 지역의 뛰어난 먹거리에 대한 생산과 출하 여건, 제조 과정 등을 심사해 지정하는 것이다.

고메원 도넛은 고구마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인 '고메'와 으뜸을 나타내는 '원(one)'을 합친 말이다.

도넛의 앙금은 욕지도 고구마를 기본으로, 부산 기장군 다시마와 사과 등을 혼합해 생산된다.

시 관계자는 "고메원 도넛이 경주 황남빵이나 천안 호두과자처럼 지역의 대표 먹거리가 되길 바란다"며 "도넛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지역 홍보나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되는 만큼 시에서도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뛰는 경남농업](16) 척박한 섬이 경쟁력이다…통영 '욕지 고구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