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숨지고 13명 식중독·장염 증세…2천만원 신고포상금에도 진전없어
전문가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무차별 범죄"
[사라진 가해자들] ① '죽음의 농약' 누가 탔나…'달성공원 요구르트 테러'
[※ 편집자 주 =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각종 사건의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지만 가해자들을 잡지 못한 미제사건들이 많습니다.

경찰은 증거물 부족 등으로 수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시민들의 제보가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여러 미제사건들 가운데 5건을 선정해 사건 경위와 수사 과정, 새로 밝혀야 할 쟁점을 순차적으로 소개합니다.

]

농약이 담긴 음료를 불특정 다수가 마시도록 공원 벤치에 둬 14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달성공원 요구르트 사건'이 20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범행 동기와 대상이 뚜렷하지 않은 '무차별 테러'였다.

당시 1명이 숨지고 13명이 식중독과 장염 등의 증세를 일으키면서 큰 충격을 줬다.

경찰은 신고 포상금을 내걸고 전단을 수십만장 뿌렸지만,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등이 부족해 아직도 범인을 찾지 못했다.

[사라진 가해자들] ① '죽음의 농약' 누가 탔나…'달성공원 요구르트 테러'
◇ 요구르트 마신 노숙자 숨져…경찰 수사 본격화

지난 2004년 9월 19일 오후 6시께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당시 63세였던 노숙자 전모씨는 공원 벤치에 누군가 두고 간 요구르트 3개를 마신 후 복통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다가 쓰러졌다.

쓰러진 전씨는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시간여만에 숨졌다.

당시 전씨가 마신 요구르트병에는 바늘구멍이 뚫려있어 누군가가 독극물을 주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탐문 수사를 벌이다가 전씨와 같은 종류의 음료를 마신 후 식중독과 장염 증세를 보인 피해자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결국 경찰은 이 사건이 불특정인을 겨냥한 '무차별적 테러'일 수 있다고 판단해 수사본부를 편성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라진 가해자들] ① '죽음의 농약' 누가 탔나…'달성공원 요구르트 테러'
◇ 농약 성분 메소밀 검출…무차별 테러에 세간 충격

"원예용 살충제인 농약 성분 '메소밀'이 검출됐습니다.

"
전씨가 사망한 지 나흘이 지난 23일 오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숨진 전씨의 소화기관 내용물과 요구르트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됐다는 성분 감정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

진딧물, 담배나방 방제 등에 사용하는 메소밀은 체중 1㎏당 치사량이 0.5∼50㎎에 불과할 정도의 고독성 농약이다.

메소밀이 검출되면서 이 사건이 불특정 다수를 해할 목적인 계획 범행으로 추정돼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경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확인된 피해자만 숨진 전씨를 포함해 14명으로 늘어났다.

피해자들은 3세부터 70대까지 다양했으며 범행 기간은 8월부터 두 달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요구르트 5개 들이 묶음에 3∼4개만 남겨 누군가가 방금 두고 간 것처럼 느끼게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처럼 피해자와 범행 수법 등이 속속 드러났지만, 경찰은 수사의 실마리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경찰은 부부로 보이는 50대 남녀가 앉아있던 벤치에 요구르트가 놓였었다는 한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는 이렇다 할 단서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 피해자는 "남녀가 떠난 벤치에 음료가 놓여 있어 일행끼리 나눠 마셨다"며 "이후 사라진 여자가 다시 나타나 음료를 마신 것을 보고는 재빨리 등산로를 벗어나 비탈길을 내려간 일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해 50대 남녀 용의자에 대해 2천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고 전단을 대거 배포했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사라진 가해자들] ① '죽음의 농약' 누가 탔나…'달성공원 요구르트 테러'
◇ 누가, 왜 그랬을까

'달성공원 요구르트 사건'은 20년째 풀리지 않는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범죄라는 사실 이외에는 누가 어떤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행에 사용된 도구가 쉽게 구하고 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요구르트병은 포장을 해체하지 않은 채 주사기로 뚫을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며 "메소밀의 경우도 농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인은 쉽게 구하고 쓸 수 있는 범행도구를 고를 만큼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공원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이 사건은 불특정인을 노린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반사회적인 범죄"라고 설명했다.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현재까지도 수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김경호 미제사건수사팀장은 "당시 폐쇄회로(CC)TV 등이 부족한 환경이어서 범인 검거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작은 제보가 큰 단서나 실마리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시민분들의 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제보는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053-804-2670)에 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