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상인들 "조마조마…손님 떨어져 나가는 건 한순간"
어민들 조업 시기 맞물려 걱정…피서철 해수욕장도 한숨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임박에 부산 수산업계 '초긴장'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지난 8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 씨는 일본 오염수와 관련한 질문을 듣자마자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이렇게 답변했다.

김씨는 최근 들어 손님들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 터널에 바닷물을 주입해 방류가 임박했다거나 기준치 180배의 세슘 우럭이 일본에서 나왔다는 등의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면서 "손님들도 이제 불안 심리를 넘어서 소비 위축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매출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지난주부터 내국인 손님들은 조금씩 빠지는 것 같다"면서 "6월 말 단체 방문을 해주시기로 했던 단골손님도 고깃집으로 장소를 바꿨다며 예약을 취소한 사례도 한 건 있다"고 밝혔다.

김씨와 인접한 곳에 자리 잡은 상인 이모 씨도 "최근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았는데 다시 손님이 뚝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찾으면서 테이블 12개가 주말에는 전부 차는 날도 있을 정도로 손님이 평년 수준은 됐었다"면서 "하지만 큰 뉴스가 나오면 하루아침에도 바뀔 수 있는 게 식당 예약이라는 걸 너무나도 많이 경험하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금봉달 자갈치시장 어패류조합 본부장은 "5월이 농번기라 농촌 어르신들의 단체 관광이 줄어 내국 손님이 빠지기는 했는데 외국인 관광객 때문에 지금까지는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방류가 시작되고 정부가 수산물 불안감을 제대로 잠재우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사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이를 정쟁화하거나 제2의 광우병 사태처럼 만들면 어민이나 횟집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면서 "수산물 불안감을 이용하고 이슈화만 하려고 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국민들도 체감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임박에 부산 수산업계 '초긴장'
전국 최대 수산물 산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도 오염수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주력 어종인 고등어 어선들이 조업을 쉬는 휴어기(4월∼7월 6일)여서 가시화된 피해는 없지만, 내달 6일 첫 조업이 시작되고 위판이 되면 어가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고민이 크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7월부터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되는데 오염수 방류 시기와 맞물리면 어떻게 사안이 흘러갈지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 "요즘에는 '고기잡이가 이제 되겠느냐'며 어선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불안 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정당이 수산업계 큰 충격을 주는 불안감을 부추기는 발언을 너무 쉽게 하고 있다"며 "제발 어민과 수산업을 생각해 깊이 있게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이나 러시아 수산물이 들어오는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도 2011년 후쿠시마 사고나 2013년도 일본 오염수 유출 때와 같은 개점휴업 사태가 재발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는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본산 명태의 94.2%, 일본산 갈치의 97.9%가 감소하는 일이 있었다.

7∼8월 성수기를 앞둔 부산지역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도 걱정이 많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과학적으로 해수욕이 위험한지 여부와 관련 없이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피서객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송도해수욕장의 한 상인은 "코로나도 겨우 버티며 올여름 한 철만 바라보는 상인들도 있는데 또 손님들이 끊기면 죽으라는 말"이라면서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