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사고로 숨진 학생 분향소 추모 행렬…학교 "참담, 긴급 시설점검"
"못지켜줘 미안해" 동덕여대 학생들, '안전불감' 학교에 분통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전날 등교 중 트럭에 치여 숨진 이 학교 학생 A(21)씨를 추모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고인의 학과 학생회가 설치한 분향소에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친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같은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 90여개가 가득 붙었다.

한 학생은 포스트잇을 쓰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학생 300여명이 찾아 침통함 속에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분향을 마친 재학생 최모(22)씨는 "등교하면서 담벼락이 무너져있어 사고가 크게 났구나 싶었다"며 "고인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참담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평소 안전을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일이 터지고 나니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는 학교 당국이 실망스럽고 창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못지켜줘 미안해" 동덕여대 학생들, '안전불감' 학교에 분통
학생들은 평소 교내를 오가는 차량 때문에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학교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동덕여대는 지난해 4월 사고가 난 언덕길 한쪽에 보행용 계단을 설치했다.

하지만 보행로가 좁고 이마저 없는 구간도 있어서 학생 대부분이 차도로 통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인의 학과 학생회장 김모(21)씨는 "고인의 아버지와 숙모가 어제 분향소를 찾아와 학생들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싸워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씨는 "학교 측에서는 사고의 책임을 차량을 운전한 미화원 개인 과실로만 돌리려 하는데 이래서는 재발 방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에 긴급 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고인을 기리는 추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7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다른 장소도 아닌 대학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교내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안전한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는 언덕길 위쪽의 쓰레기장을 옮기고 구급차와 경찰차 등 응급차량을 제외한 차량의 교내 진입을 모두 막을 방침이다.

A씨는 지난 5일 이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쓰레기 수거용 트럭에 치였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고 7일 오후 7시20분께 사망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유족이 A씨의 장기기증을 결정했으나 A씨가 사망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차를 운전한 81세 학교 미화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