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상향 등 거론…"김만배, 428억원 남욱 통해 전달해 처벌 피하려 해"
정영학 "김만배·정진상·김용·유동규 의형제 이후 잘 풀려"
2014년 6월 김만배씨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이 '의형제'를 맺은 이후 대장동 사업이 일당들이 원하는 대로 풀려나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장동 민간업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러한 취지로 증언했다.

정씨는 김씨와 김 전 부원장, 이 대표의 또다른 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맺었다는 '의형제'와 관련해 "이전에는 원하는 게 하나도 안 됐는데 이후에는 잘 풀렸다"고도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장동 사업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축소 등을 꼽았다.

김씨가 이 대표 측에 주기로 했다는 428억원을 민간업자 남욱씨를 통해 전달하고 자신은 형사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는 증언도 했다.

검찰은 정씨가 녹취록상 지난 대선 무렵 자신의 부인에게 김씨와 남씨 사이의 일에 대해 '그게 공갈도 되고, 뇌물에 공범도 되고 복잡해. 줘놓고 나중에 집어넣겠지'라고 말한 진의를 물었다.

정씨는 "김만배씨가 자기 돈을 남욱씨에게 주고, 그 돈을 전달하게 하면 남욱씨를 (감옥에) 집어넣게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428억원을 본인(김만배)이 주면 문제가 되겠지만 남욱씨가 유동규씨에게 주면 본인은 빠져나올 수 있다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428억원은 이 대표측이 김씨에게서 받기로 약정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민간사업자 지분 24.5%(700억원)의 세후 금액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천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의 '동기'에 이 '428억원 약속'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애초 정씨는 이 돈을 유동규씨가 가져간다고 인식했지만, 2020년 10월 노래방 모임에서 김씨가 '유동규측', '형들', '걔네들' 등 복수로 표현하면서 이 대표측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허언'을 했다고 주장 중이다.

정씨는 "(이 대표가) 대선에 나와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면 김만배씨가 직접 돈을 주는 것은 무서우니 본인이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는 남욱씨를 통해 전달하는 게 안전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남씨는 김씨에게 돈을 많이 빼앗긴 상황으로, 그동안 선거자금으로 돈을 쓰는 등 로비를 한 것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게 정씨의 증언이다.

정씨는 이렇게 되면 남씨가 협박해 돈을 받는 셈이 되니 공갈죄가 되지만, 과거 공무원이었던 유씨에게 돈을 주는 셈이 되니 사후수뢰죄가 성립하며 자신도 공범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달 15일 김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하기로 하고 이날 재판을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