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재난에 대응하는 법…'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직후 발송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에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비상사태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국가 경보와 재난 대응 체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폭염과 혹한, 산불과 가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위협뿐 아니라 전염병, 사고, 테러, 사이버 공격 등 재난의 유형과 빈도는 늘어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 출신인 줄리엣 카이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쓴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민음사)는 재난의 시대에 대응하는 법을 담은 지침서다.

CNN 국가 안보 분석가이기도 한 저자는 거시적 재난 대응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해온 전문가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는 재난을 악마에 빗댔다.

이 책의 제목도 과거 토네이도가 강타했던 미주리주의 조플린을 방문했을 때 만난 생존자의 말에서 영감을 얻었다.

"악마는 절대 잠들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다음에 더 잘하지 않을 때만 악마가 성공합니다.

"
저자는 캘리포니아 산불, 허리케인 카트리나, 아이티 지진 같은 자연재해부터 챌린저호 폭발, 섐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건물 붕괴 같은 대형사고, 코로나19 팬데믹, 소니픽처스 해킹 등 기업의 위기까지 실제 사례를 통해 반복되는 재난과 위기에 대처하는 8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그는 재난 발생을 가정해야 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소통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 재난이 진행되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다양한 실패 시나리오와 그만큼 다양한 대응을 준비해야 하며, 근본적인 위험은 항상 변하므로 과거의 관습을 답습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2021년 100여명이 압사한 마이애미 인근 섐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건물 붕괴는 구조적 문제와 결함 방치, 기후와 토양의 변화가 맞물린 참사였다.

해안선 이동과 기후 변화는 콘크리트를 소금물에 지속적으로 노출해 균열을 만들었고, 땅이 변하면서 타워를 지지하는 능력도 변했다.

저자는 아울러 비극적인 재난으로 발생한 죽음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학습해야 한다며 "재난은 우리가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한국어판 번역에는 공공과 민간 영역의 재난·위험 관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번역자들은 "재난 관리 시스템의 기반은 사고 지휘 체계이며 카이엠은 리더 위치에 있는 누구든 이 대응 절차를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며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재난 관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석·이승배·류종기 옮김. 30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