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점 하나 없는 바로 옆 '형제 코스'
총 36홀로 이뤄진 라비에벨CC에는 올드코스 외에 또 다른 코스가 있다. 언덕을 끼고 자리 잡은 듄스코스다. 일반 골퍼들에겐 프로대회가 자주 열리는 올드코스가 더 친숙한데, 골프를 이골나게 친 애호가 중 상당수는 듄스코스를 더 쳐준다.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모래언덕 형태의 ‘링크스’ 골프장이어서다.

이렇게 올드코스와 듄스코스는 1년 터울을 두고 태어난 ‘형제’지만 생긴 건 물론 성격도 완전 다르다. 올드코스가 잘 가꾼 정원 같은 골프장이라면 듄스코스는 자연을 그대로 살린 야성미 넘치는 골프장이다.

라비에벨CC는 구겨 넣으면 골프장 다섯 개도 들어갈 수 있는 495만㎡ 부지에 올드코스(119만㎡)와 듄스코스(82만㎡) 36홀만 지었다. 설계자(송호 디자이너)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스코틀랜드식 다이내믹한 골프장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마음 가는 대로 그렸다고 한다. 곳곳에 핀 코스모스와 꽃들 덕분에 알록달록한 올드코스와 달리 듄스코스는 정통 링크스 코스처럼 초록색으로만 꾸몄다. 오로지 초록색 명암으로만 러프와 페어웨이를 구분해 놓은 것도 이 코스의 특징이다. 러프에선 일반 잔디가 아니라 잡초 같은 페스큐 잔디가 공을 움켜쥔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스코틀랜드에 많이 있는 듄스코스를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라비에벨CC에는 클럽하우스도 두 개 있다. 물론 하나도 안 닮았다. 올드코스 클럽하우스는 한옥이다. 여러 채의 한옥을 연결해 만든 클럽하우스가 골프장을 배경으로 한옥 마을처럼 펼쳐져 있다. 코오롱은 경남 사천 타니CC에 한옥 클럽하우스를 들여놓은 디자이너 김영택 씨에게 설계를 맡겼다. 김씨는 “최대한 한옥처럼 지어달라”는 코오롱의 주문 그대로 전통 한옥 건축 방식을 지켰다. 기둥과 뼈대 등을 모두 소나무로 만들었을 정도다. 창호와 바닥은 실용성을 위해 현대식 공법으로 했다.

반면 듄스코스 클럽하우스는 우주선을 연상하게 한다. 한 번 마주하면 ‘이렇게 특이한 클럽하우스가 또 있을까’란 생각부터 든다. 하늘에서 봤을 때 원형 형태로 조성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듄스코스 클럽하우스를 지을 때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려고 했다”며 “골퍼들에게 처음 느끼는 생소함을 전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