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시골살이, 5도2촌부터 시작하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1 농업, 농촌 국민 의식조사’를 인용해 보더라도 확인되는 사안이다. 도시지역과 농산어촌 지역 모두에 생활거점을 두고, 도시지역이나 시골에서 생활하는 복수 거점 생활(듀얼 라이프)을 선호한다는 응답(49%)이 도시지역에서 농산어촌 지역으로 생활 거점을 옮기는 정주(47%)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의 번잡함과 사람으로부터의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피난처로서 젊은이들도 주말에는 시골생활, 산골생활을 선호하기도 한다. 단순한 여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골에 조그만 근거지를 마련하고 주말에는 자신의 아지트로 떠나는 라이프스타일도 유행한다. 대부분의 직장이 토, 일요일은 ‘노는 날(휴무일 또는 휴일)’로 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1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직장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이제 5도2촌은 대세가 되었다고 봐도 된다. 출근을 하지 않는 자유직업자나 프리랜서라면 더욱 잘 어울린다.

나이 들어가면서 전문직의 특성상 일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차츰 일을 줄여나가면서 5도2촌이 4도3촌으로, 다시 3도4촌을 거쳐 2도 5촌으로 변해간다. 시골생활에 몸과 마음이 적응이 되었으므로 이 시점에서는 시골에 완전히 정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래도 1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도시의 번잡함을 경험하는 것도 괜찮다. 필자는 가끔 서울에서 강의 요청이 있어서 올라가기도 하고, 또 친구들과 모임 덕분에 강남이나 종로 통을 걸어보기도 한다. 이미 시골생활에 젖어서 그런지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는 도시인들이 서글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어줍지 않은 감성이려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시골살이, 산골살이도 미리 준비하고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먼저 경험한 선배(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먼저 살아본 사람)를 찾아 조언을 청하거나 코칭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 반드시 배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논어, 三人行 必有我師)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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