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4일 오후 5시 13분

한국 최대 사모펀드(PEF)로 꼽히는 한앤컴퍼니 직원이 상장기업 경영권 인수합병(M&A) 발표에 앞서 불공정 주식 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 금융감독원이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관련 직원 여러 명이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사건에 대형 PEF 직원이 무더기로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로 미공개정보 관련 수사가 PEF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한앤컴퍼니 직원들 檢에 수사의뢰…"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최소 3명 혐의 포착”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앤컴퍼니가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직전 직원 3명이 해당 주식의 불공정 거래에 연루된 혐의를 잡고 지난달 패스트트랙을 통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패스트트랙은 중대하고 시급한 사건에 한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검찰이 곧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PEF는 기업 경영권을 사서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최고의 투자 전문가 집단이다. 금감원은 일반 상장기업이 아니라 PEF 임직원이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입한 혐의가 나오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즉각 검찰에 사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건 2021년 5월이다. 당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과장 광고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주가는 주당 30만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5월 4일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주가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5월 27일 한앤컴퍼니가 주당 82만원에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순식간에 70만원대로 올라섰다.

금감원은 한앤컴퍼니 직원들 또는 그들의 지인들이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발표 전에 주식을 미리 산 뒤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 투자 실무자를 포함한 직원들과 관계된 인물들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4억원 넘는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외에 남양유업의 직원들도 추가 의혹이 있다고 검찰에 통보했다.한앤컴퍼니 측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아직 금감원이나 검찰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PEF 도덕성 도마 위로…수사 확대 ‘촉각’

모건스탠리PE 출신인 한상원 대표가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2011년 설립된 한국 대표 PEF다. 펀드 운용 규모만 110억달러(약 14조4000억원)를 넘고, 투자 회사가 30여 곳에 이른다. 남양유업뿐 아니라 한온시스템, 쌍용C&E, SK디앤디 등 다른 상장사에도 투자했다.

이번 검찰 통보로 한앤컴퍼니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연금 등 자금 출자를 비롯해 추후 M&A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남양유업 대주주와의 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로 관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PEF 전반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권 M&A 미공개정보 업무를 다루는 PEF에서 미공개정보 이용은 ‘불문율’에 가까운 얘기다.

PEF는 2005년 도입된 이후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기관 전용 PEF의 누적 약정액은 125조7829억원이다. 국민연금과 공제회 등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돼 왔다.

금융당국에서 상장사를 인수한 PEF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내부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 PEF로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