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최소 275명이 숨지고 약 1200명이 다치는 금세기 최악의 열차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식민지 시대 조성돼 노후화된 철도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사상 최악 열차 참사…"사망 최소 275명"
4일 인도 철도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께 인도 북동부 지역 오디샤주에서 여객열차 2대와 화물열차 1대가 충돌하는 3중 충돌 사고가 벌어졌다. 먼저 시속 128㎞의 속도로 동북부에서 남부로 달리던 여객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본 선로 대신 다른 선로로 진입하면서 이 선로에 멈춰 있던 화물열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일부 객차가 탈선했고, 시속 126㎞로 반대편에서 오던 또 다른 여객열차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를 덮쳤다.

두 여객열차에 탄 승객들은 충돌로 인한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생존자들은 “열차 바닥이 피로 흥건했고 시신의 일부가 굴러다녔다”고 말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목격자는 “부상자들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비명과 울음이 가득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인도 철도청은 이날 사고로 27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사망자 수 288명에서 수정됐다. 인도 소방당국 관계자는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자가 38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전자 신호기 오류로 파악됐다.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본 선로 대신 다른 선로로 진입하라는 신호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로이터와 AP는 인도 정부가 노후한 철도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 철도 시스템은 매달 수억 명의 승객을 수송한다. 철도의 총길이는 6만4000㎞이며 매일 운행하는 기차 수만 1만4000여 대에 이른다. 그러나 전국 곳곳의 철도 장비가 방치돼왔다. 지난해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인도에서 철도 관련 사망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이번 사고가 난 동해안 철도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승객이 많은 항로 중 하나다.

인도 정부는 올해 선로 개선과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에 전년 대비 50% 증가한 2조4000억루피(약 39조원) 규모의 예산을 배치하며 철도 현대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프라카시 쿠마르 센 인도 키로디멀공대 교수는 “안전 기록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에 세계 각국의 애도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뉴스에 마음이 아프다”며 “끔찍한 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과 부상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드라우파디 무르무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보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애도를 나타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