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 일감 몰아주기·업추비로 술사고 유흥업소 출입…6개유형 사례 공개
아동센터장, 개인 계좌 입금 후 이체 증명서 포토샵 조작도

한 통일운동 단체는 지난해 '묻혀진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정부로부터 6천260만 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애초 보조금 용도와는 무관한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정치적 내용이 포함된 강의에 211만 원을 강사비로 지출했다.

강의 원고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에게 규정상 지급 한도 3배를 초과하는 100만 원의 원고료를 부당 지급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민간 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 감사를 실시해온 정부는 이를 '목적 외 사용 등 부정 집행' 사례로 적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4개월 동안의 감사 결과 314억 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부정 사용을 적발했다며 4일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함께 공개했다.

사례들은 목적 외 사용 등 부정 집행을 비롯해 ▲ 보조금 횡령, 사적 사용 ▲ 거래업체 리베이트 수령 ▲ 가족, 임원 등 내부자 부당 거래 ▲ 서류 조작 등을 통한 부정 수급 ▲ 임의적 수의계약 등 규정 위반 등 6가지로 유형을 분류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사단법인 A 협회는 지난 2020∼2021년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을 명목으로 2천4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이 중 2천여만 원을 유용했다.

전·현직 임원과 임원 가족의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비에 541만 원을, 협회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로 1천500만 원을 지출해 수사 의뢰 대상이 됐다.

울산의 한 지역아동센터장이 지난 2020∼2022년 보조금으로 받은 센터 운영비를 개인 계좌에 입금한 뒤 강사료나 소모품비로 업체에 지불한 것처럼 이체 증명서를 포토샵으로 위조, 225만 원을 횡령한 경우도 있었다.

B 기념사업회는 독립운동가 초상화를 전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비로 5천300만 원을 업체에 지급한 뒤 500만 원을 돌려받는 등 거래처 4곳에서 3천300만 원을 편취했다.

직원 2명의 5개월분 급여 2천100만 원 중 523만 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돌려받기도 했다.

C 사회적협동조합과 D 교육은 지난 2021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수령한 뒤 친족 간 내부 거래로 3천150만 원을 부당 집행했다.

C 조합이 D 교육에 1천900만 원 상당의 노트북 PC 42개를 빌려줬는데, 두 단체 대표가 부부 사이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 시민단체는 보조금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일종의 무자격 페이퍼컴퍼니였으나, 공동대표 중 1인이 이사장인 사설 학원의 시설,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기재해 일자리 사업 보조금 3천110만 원을 부정 수령했다.

F 협회는 지난 2020∼2022년 벤처기업 일자리 지원 사업 계약 12건 중 5건(3억6천만 원 상당)에서 기술 능력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무자격 업체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한 연합회가 통일 분야 가족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1천800만 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로 술을 사거나 유흥업소를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주말이나 심야 사용도 적발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 지원 사업이 과도하게 확대됐다"며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무자격자를 선정하고 서류를 조작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