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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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최고위 임원들은 연구개발(R&D)과 기술 전략 수립에 시간을 씁니다. 관리가 주요 업무인 한국 기업의 임원들과 다른 점이죠.” (엔비디아 본사의 한 엔지니어)

엔비디아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강점에 관해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기술 중시 문화’를 꼽았다. 최고위 임원들에게 3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개발에 주력할 기회를 주는 게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큰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이를 실천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엔비디아, 매출 33% R&D에 투입

기술 투자가 경쟁력의 근원

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3회계연도 4분기(2022년 11월~2023년 1월) R&D에 19억5200만달러(약 2조5700억원)를 투자했다. 분기 매출(60억5100만달러)의 32.2%에 달하는 큰돈이다. 직전 분기에도 매출의 32.8%에 달하는 자금을 기술 개발에 썼다. 삼성전자(10.3%·2023년 1분기), 퀄컴(23.8%·2023회계연도 1분기) 같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회사를 이끄는 것도 R&D 인력들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엔비디아의 R&D 인력은 1만9532명이다. 전 세계 엔비디아 임직원 2만6196명의 75%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를 지향하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주가 오르면 직원 자산도 증가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업적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도 엔비디아가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시가총액 기준)로 성장하게 된 비결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매년 연봉의 10~20%를 추가로 주식으로 주는 보상제도다. 강력한 보상을 통해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것이다. 엔비디아 본사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해 주가가 오르면 임직원의 자산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라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내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임원급을 외부에서 데려올 때 살피는 중요한 요건도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사고’라고 한다. 엔비디아 본사의 한 엔지니어는 “장기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고, 몇 번 실패하더라도 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다시 기회를 준다”며 “임원들과 1~2년 단기 계약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서 이기주의 탈피

회사가 중장기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개인의 팀 이동도 다른 회사보다 어렵지 않다고 엔비디아 사람들은 말한다. 사내에서 ‘원팀 스피릿’이라고 불리는 문화의 영향이다. 한국 대기업에선 직원의 부서 이동을 상급자가 막는 사례가 많지만, 엔비디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팀원이 부서 이동을 원하면 최대한 도와주라는 게 CEO의 지시 사항”이라며 “부서 단위 조직의 이익보다는 회사 전체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원팀’ 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에선 인사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승진과 보직 변경이 수시로 일어나고, 이때 중요한 건 ‘능력’이다. 위기에도 해고가 잦지 않고 자유로운 근무 시간을 장려하는 것도 엔비디아 조직 문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조직 문화는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 만들어가고 있다. 젠슨 황 CEO는 3개월에 한 번씩 ‘올 핸즈 미팅’을 통해 회사의 핵심 전략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이때 잊지 않고 언급하는 게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직원들은 ‘우리가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