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분단시킨 건 내 조국…늘 책임감 느꼈다"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완역 출간
한국전쟁을 다룬 기념비적인 학술서로 평가받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명예교수의 '한국전쟁의 기원'(원제: Origins of The Korean War)이 완역돼 출간됐다.

1980년대 국내 출판사를 통해 1권이 출간된 적은 있지만 책 전체가 완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은 해방 직후인 1945년부터 1950년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정세를 다뤘다.

1권은 1945년부터 1947년까지, 2권은 그 이후 부분을 정리했다.

1981년 미국에서 출간된 1권은 1980년대 번역돼 출간됐으나 현재 절판된 상태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1권이 금지 도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2권은 미국에서 1990년에 출간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1·2권 번역은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이 5년에 걸쳐서 했다.

1권은 해방 이후 첫해를 주로 다뤘다.

남한과 북한의 기본 구조가 모두 형성되고 전쟁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점에서 저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역된 2권은 한반도의 내부 상황보다는 미국의 외교정책과 세계정책 등 국제적인 견지에서 한반도 상황을 조명했다.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완역 출간
책에 따르면 1945년 9~12월 미군정은 일본이 만든 총독부와 경찰 제도 그리고 그곳에 소속된 한국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남한에서만 국방경비대를 출범시켜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인민위원회·노동조합·청년단체·지방의 농민조합과 같은 새롭게 결성된 좌익 정치단체들은 타격을 받았다.

좌우익의 내부 갈등은 격화했다.

남한 내 좌익은 1947년 무렵 대부분 소멸했지만 1949년 말까지도 부분적인 저항을 이어갔다.

북쪽을 차지한 소련은 "좌익 한국인의 전면적 참여와 지휘 아래 철저하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이지 않은 사회 혁명"을 지원했다.

소련은 곧 한국인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배후로 물러났다.

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이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련 입장에서 좋지 않은 정책인 것으로 판명됐다.

"유순한 위성국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소련이 항일 투쟁에 몸담고 소련의 통제를 거부한 급진적 민족주의 세력을 후원한 결과였다"고 해석했다.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완역 출간
커밍스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번 책 출간과 관련해 "시간이 흐르면서 내 두 가지 신념은 책들을 쓸 때보다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신념은 특히 군대와 경찰에서 일본에 협력한 거의 모든 한국인을 다시 고용하기로 한 미군정의 결정이 무엇보다 가장 압도적이고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신념은 1945년에 등장한 인민위원회는 매우 중요했지만, 한국전쟁 관련 문헌에서 거의 완전히 무시돼 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대한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역사를 탐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분단시킨 것이 내 조국이었기 때문에 나는 늘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이는) 내 개인적 견해가 어떻든 남한이나 북한 가운데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1권: 해방과 분단체제의 출현 = 704쪽.
▲ 2-1권: 폭포의 굉음 = 624쪽
▲ 2-2권: 폭포의 굉음 = 65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