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차단 중점 자발적 협력…한국은 부분적 참여 거쳐 2009년 전면 참여
스무돌 맞은 PSI, WMD 이전 차단 성과…북한은 '선전포고' 반발
올해 20주년을 맞은 확산방지구상(PSI)은 자발적 협력을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물자가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국가나 테러집단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 체제다.

참여국들의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WMD와 미사일 등 민감한 물자의 이전을 중간에서 '차단'(interdiction)하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주로 선박을 통한 해상 중심의 WMD 이동을 차단하는 것에 관심을 뒀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런 개념의 PSI 출범을 주도하게 된 발단은 2002년 12월 북한 '서산호'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은 국적기를 달지 않고 스커드 미사일 15기와 화학물질을 실은 채 항해 중이던 예멘행 북한 화물선 서산호를 스페인 함정에 요청해 아라비아해 공해상에서 나포했다.

그러나 국제법과 기존 국제 수출통제 체제상 문제 삼을 근거가 없어 배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런 기존 수출통제 체제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의 2003년 5월 폴란드 크라쿠프 연설을 통해 PSI 창설을 주창했다.

같은 해 9월 파리에서 11개국이 'PSI 차단원칙'(The PSI Statement of Interdiction Principles) 합의문을 공동 발의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PSI 차단원칙'은 PSI 회원국들의 공약을 담은 기본 문서로, 이를 승인하는 것이 PSI에 정식 참여하기 위한 조건이다.

PSI 회원국은 단독 혹은 참가국 공동으로 WMD 이전·수송 차단을 위한 효과적 조치를 수행해야 하고, 자국 영해에 WMD 및 미사일 관련 물자 수송 혐의 선박이 있으면 정선·검색·압류를 위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문제가 있는 선박이 PSI 참여국의 항구에 정박할 경우 해당 참여국은 관할권을 발동해 선박을 검색할 수도 있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PSI 고위급 회의 개회사에서 "PSI 참여국들은 공동의 노력을 통해 수많은 불법적인 WMD 관련 화물을 성공적으로 차단했고, 이와 관련된 공급망을 교란하고 해체했으며, 잘못된 이들에게 민감한 물자와 기술이 이전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PSI 차단원칙을 승인한 국가는 2003년 11개국에서 출발해 현재는 106개국으로 늘어났다.

스무돌 맞은 PSI, WMD 이전 차단 성과…북한은 '선전포고' 반발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기 부분적 참여를 거쳐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 PSI에 정식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역내·외 훈련의 참관단 파견, 브리핑 청취 등 일부 활동에만 참여하고 PSI 차단원칙 승인을 통한 전면 참여에는 유보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5월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PSI 전면 참여를 결정했다.

당시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한국의 PSI 전면 참여를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우리는 전시에 상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에도 국내에서 PSI 관련 훈련이나 운영전문가그룹 회의가 열렸을 때 비난하는 등 꾸준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오는 31일 개최되는 PSI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에 대해서도 비난조의 언급을 내놨다.

북한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자위력 강화' 입장에서 한미일과 호주 등이 "주권국가에 대한 해상차단 봉쇄를 기정사실화한 PSI 훈련을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PSI는 참가국들의 해상 차단 활동이 공해상 항해의 자유와 영해에서의 무해통항권 등 국제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논란도 초창기부터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PSI는 국제법이든 각국의 국내법이든 기존 법적 틀 내에서 참여국들의 정책 및 정보 협조를 통해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초기에 제기됐던 국제법상의 여러 지적에 대해서는 국제규범적 정당성을 상당히 공고히 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PSI가 해상 차단뿐 아니라 모든 WMD 물자 이전 수단과 방식을 겨냥한 포괄적 공조 체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