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거센 비판 여론에 차장까지 동반사퇴…'선거사무 공백' 초유 사태 우려
與, '감시 사각지대' 지적·노태악 사퇴 압박 지속 태세…"사태 끝난 것 아냐"
'자녀채용' 선관위 총장 사퇴 재연…'폐쇄성' 비판은 지속될 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25일 자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선 '소쿠리 투표'와 아들의 채용·승진 특혜 논란으로 작년 3월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물러난 데 이어 14개월 만에 '흑역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특히 총장 유고 시 역할을 대행할 차장까지 사퇴함으로써 내년 총선이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 사무 공백 우려까지 나온다.

애초 박 총장과 송 차장은 자녀 채용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거센 질타가 며칠째 이어졌지만, 자체 특별감사에 5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 총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사퇴 압박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당연히 책임을 진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총장은 이날 입장을 바꿔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자신뿐 아니라 선관위를 향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이러한 입장 선회의 배경으로 보인다.

그간 전·현직 총장뿐 아니라 고위 간부들의 자녀 채용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선관위 카르텔'이 형성돼 자녀 채용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의심이 더욱 강해졌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이 선관위 전·현직 고위 간부의 자녀가 경력 채용된 것으로 확인한 사례만 6건에 달한다.

아울러 자녀가 채용됐을 때 최종 결재자가 자신이었음이 드러난 것이 박 총장의 사퇴에 적지 않게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사무총장과 차장의 동반 사퇴에도 선관위가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반복된 자녀 채용 문제뿐 아니라 북한 해킹 시도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보안 컨설팅을 거부하는 등 선관위가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외부 견제를 차단해왔다고 지적해왔다.

여당 내부에는 이러한 폐쇄성이 각종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하는 선관위의 중립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 이전부터 선관위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선관위가 '내로남불·위선·무능' 표현을 투표 독려 문구로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한 데 대해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여당 관계자는 "사무총장이 사퇴한다고 해서 선관위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내부까지 다 들여다보고, 사법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아울러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도 압박하며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원장이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언급했고,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선관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노 위원장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공석인 사무총장 및 차장을 임명할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여당의 사퇴 압박이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에서 노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선관위원 의결을 거쳐 신임 총장 및 차장을 임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자녀채용' 선관위 총장 사퇴 재연…'폐쇄성' 비판은 지속될 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