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두산로보…1조 넘는 'IPO 대어' 쏟아진다
서울보증보험과 두산로보틱스 등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인 ‘대어’들이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나온다. 중소형 공모주의 흥행 열기가 이어지고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회복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다음달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한다. 2010년 상장한 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다. 서울보증보험은 거래소 승인을 받은 뒤 이르면 오는 8월부터 공모절차에 들어가 연내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는 2조~3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IPO 연기를 검토했지만 최근 보험사 주가가 상승하자 일정대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로보틱스도 이달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 3월 주관사를 선정한 뒤 약 두 달 만이다. 로봇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1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LS그룹 계열사 LS머트리얼즈는 다음달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예비심사에 영업일 기준 45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9월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는 5000억~1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기업 파두도 3월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7~8월 공모 절차를 밟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올해 IPO 대어로 꼽히는 LG CNS와 SK에코플랜트도 올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연이어 대어들의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로봇, 2차전지, 반도체 등 최근 증시에서 주목받는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앞당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형 스팩의 합병 상장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2차전지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PIE)와의 합병을 추진한다. 공모금액 300억원 이상의 대형 스팩 중 첫 합병 사례다. 피아이이의 예상 시가총액은 4888억원으로, 역대 스팩합병 기업 중 최대어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중견기업과 대형 스팩의 합병 상장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B업계는 공모주 투자 열기가 대형 기업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상장한 중소형 기업들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플라스틱 시트 전문기업 진영은 일반청약에서 4조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반도체 기판 검사기업 기가비스도 일반청약에서 9조80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기가비스는 상장 첫날인 이날 공모가(4만3000원) 대비 84% 오른 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배정철/최석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