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직후 매장된 30여구 발굴 시작…'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참석
"아버지 뼈 수습할 수 있기를"…대구 가창골 유해 발굴 개토제
"내 평생 이런 날이 올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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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가창골 유해 발굴 개토제가 24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거행됐다.

10월 항쟁 유족회원과 시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묵념, 제례, 추도사 낭독, 시삽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하석 유족회 이사는 추도사에서 "대구형무소 수감자와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이 강제로 이곳 가창골에 끌려왔다"며 "70여년이 지났어도 가창골은 억울하게 희생된 한 맺힌 님들의 아우성을 생생한 기억으로 들려준다"고 말했다.

채영희 유족회 이사장은 "내 평생 이런 날이 올까 싶었다"며 "1950년에 같이 죽었는데 (국군 등과 달리) 아버지는 뼈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어도 수습할 생각을 못하고 살았다"며 울먹였다.

개토식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할머니는 위령탑 앞에 마련된 제단에 술을 올린 뒤 2번 큰절을 하며 눈물을 흘려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할머니는 유족회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창골 유해 발굴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유해 발굴 지자체 보조사업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1950년 7월 대구형무소에 상주하던 대구(경북)지구 CIC(방첩대)와 3사단 22연대 소속 헌병대, 대구 지역 경찰 등이 재소자를 가창면 일대에서 집단 살해했으며 유해 30여구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조사단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70년 이상 묻혀 있던 분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시게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현장 여건이 좋지 않지만 성심껏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