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정상회담 강행군…尹 "글로벌 중추·책임·기여국가로서 외교·국익 되새겨" G7 계기 한일 셔틀외교 완전 복원…한미일 협력 틀로 확장억제 획기적 강화 北인권 조명·우크라 지원 가치 외교…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에 중·러 외교 리스크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 '외교 슈퍼위크'를 통해 전임 정부와 차별화되는 외교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규범에 기반을 둔 가치 외교를 지향하면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 기업의 수출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세일즈 외교도 병행했다.
◇ G7 참석 전후로 '미일부터 우크라까지' 12회 정상회담 강행군 윤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 글로벌 책임 국가, 글로벌 기여 국가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외교, 그리고 국익에 대해 되새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어젠다에 진취적으로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회의에 참관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 확대 세션 발제를 통해 국제 사회에 대한 기여 의지를 밝혔다.
G7 회의 기간에는 일본, 영국, 호주,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코모로, 우크라이나 등 8개국 정상과 회담을 열고 양자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우크라이나는 G7 회원국이나 초청국은 아니었지만 지지 호소를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격 방문해 회담이 성사됐다.
G7 회의 전후로는 캐나다(17일), 독일(21일), 유럽연합(EU)(22일) 정상들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만났다.
한미일정상회담까지 더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12회에 달하는 정상회담을 치른 셈이다.
G7 및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세계와 밀착함으로써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급속히 편입되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 한미일 3국 공조 본궤도로 획기적 확장억제 강화 윤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이달 초 한일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정상회담을 개최,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3국 공조 체제의 기반을 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에게 3국 정상회담만을 위한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제안하는 등 새로운 협력 체제가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이르면 7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다음 한미일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의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NCG)을 3국 차원으로 넓히는 획기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지 2주 만에 다시 히로시마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간 셔틀외교를 완전히 복원했다.
기시다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이례적 행보로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도 일부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왔다.
12차례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 결단을 주요 정상이 높게 평가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 北 인권 조명·우크라 지원…목소리 내는 가치 외교 가치 외교의 본격화는 또 다른 포인트다.
윤 대통령이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취임사에서부터 자유와 연대를 최우선 국정 가치로 내세운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요청하는 동시에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와 180도 달라진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비살상 무기와 물품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우방국들의 한국전쟁 참전 덕분에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듯이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한편, 최근의 연쇄 양자회담은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준비된 외교 일정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핵심 광물 보유국인 캐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와의 양자회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인 일본, 독일과의 양자회담은 우리 공급망을 보다 촘촘하고 안정적으로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 '외교 강행군'에 상승세 탄 국정 지지도…中 보복 등 우려도 일련의 외교 성과에 대한 여론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최근 한 달 사이 눈에 띄게 반등해 40% 선에 육박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 이유로는 대체로 외교와 국방·안보가 꼽힌다.
극단적인 여야 대치와 여소야대 지형 속에 법과 제도 변화를 통한 개혁 드라이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외교 성과로 돌파구를 마련한 모양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의 지평을 확대했다"며 "과거와 달리 국제 규범에 기반한 외교로 우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K 방산이나 원전 수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노린 외교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보복 조치 등에 따른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 외무부도 21일 "G7 정상회담이 세계 질서의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미일 정상의 연쇄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미·일이 굉장히 가까워지고 있는데, 북·중·러(와) 사이에서 생기는 신냉전, 블록화, 진영화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갈 길이 뭐냐"라며 "특히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질 텐데, 우리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