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예술가 면모 조명하는 전시…뮤지엄한미 삼청본관에서 열려
회화부터 영화까지…'현대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 유고전
지난해 세상을 떠난 '현대 사진의 거장' 미국 작가 윌리엄 클라인(1926∼2022)의 첫 유고전이 오는 24일부터 서울 삼청동 뮤지엄 한미 삼청본관에서 시작된다.

클라인은 화가, 거리 사진가, 패션 사진가, 책 편집자, 영화 제작자 등으로 종횡무진 활동하며 20세기 시각예술의 새 흐름을 이끈 인물이다.

전시는 195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그의 작업 인생 전반을 연대별, 장르별로 소개하며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전방위 예술가로서 그의 면모를 살핀다.

클라인은 화가로서 작가 경력을 시작했다.

입체파 화가 페르낭 레제의 아틀리에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던 그의 초기 회화에서는 단순 명료하고 기하학적인 선이 주류를 이룬다.

회화부터 영화까지…'현대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 유고전
1952년 네덜란드의 발헤렌섬을 방문한 그는 수직의 선으로 둘러싸인 크고 평평한 건물의 파사드(정면)를 보고는 사진으로 찍었다.

암실에서 화면을 자르고 반전시켜 완성한 '몬드리안 헛간'(Mondrian Barns)은 제목 그대로 피에트 몬드리안의 회화 속 수직·수평선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클라인이 야외에서 찍은 첫 번째 사진 연작으로, 이후 본격적인 사진 작업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회화부터 영화까지…'현대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 유고전
클라인을 유명하게 한 것은 1956년 프랑스에서 출간한 뉴욕 거리 풍경 사진집 '뉴욕'이다.

그는 대도시의 익명 군중이 아닌, 개개인에게 주목했다.

군중 안으로 뛰어들어 인물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에 관심을 두고 근접 촬영했다.

초점이 맞지 않아 흔들리고 거친 질감의 '날 것' 느낌 사진은 이전까지의 사진에 대한 상식을 깨뜨리며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생동감을 생생히 전한다.

회화부터 영화까지…'현대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 유고전
전시에서는 사진집 '뉴욕'의 초판본과 클라인이 작업한 사진집 편집 구성안 등을 볼 수 있다.

이후 1956∼1959년 이탈리아 로마, 러시아 모스크바,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서 작업한 도시 거리 사진들도 전시된다.

패션 사진 역시 클라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그는 1955년부터 10년간 패션잡지 '보그'와 협업하며 스튜디오를 벗어나 거리에서 수많은 패션 사진을 찍었다.

패션 사진에서도 연출된 사진임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연출 장치를 사진 속에 드러내거나 사진 속 모델 주변 인물들의 얼굴을 붓질로 지워버리는 등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클라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회화부터 영화까지…'현대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 유고전
회화와 영화, 사진이 하나로 결합한 '페인티드 콘택트'(Painted Contacts) 연작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던 클라인의 '종합예술'이다.

사진작가들은 하나의 필름으로 찍은 모든 사진을 한 장에 보여주는 밀착 인화지인 '콘택트 시트'를 보고 빨간색 유성 연필로 O나 X를 적어 뽑을 사진을 표시한다.

클라인은 이런 관례를 차용해 3장의 사진을 하나로 묶고 그 위에 선을 그렸다.

양쪽 가장자리 사진들이 가운데 사진의 전후 사진이 되면서 영화의 요소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문자와 추상을 결합한 1960년대 '레트리즘 회화', 클라인이 제작한 영화 '위대한 무하마드 알리', '폴리 마구, 당신은 누군가요' 등의 장면들을 발췌해 몽타주처럼 제작한 영상 등 작품 130여점과 자료 40여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9월17일까지. 유료 관람.
회화부터 영화까지…'현대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 유고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