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경매 최고가 십중팔구는 김환기 작품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_1970_232x172cm_캔버스에 유채_개인 소장_©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는 전문가들이 꼽는 20세기 한국 최고의 작가다. 2015년 한예종 한국예술연구소 설문조사를 비롯해 각종 조사를 할 때마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압도적인 위상은 미술시장에서도 증명된다. 2019년 경매에서 약 132억원에 낙찰된 최고가 작품 ‘우주’를 비롯해 한국 현대미술 경매 최고가 10점 중 9점이 김환기의 작품이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만큼은 박수근·이중섭 등 다른 ‘국민 화가’보다 상대적으로 처진다. 왜일까.

“작품을 실제로 볼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그의 작품은 이미지로 봤을 때보다 실제로 봤을 때 훨씬 감동적이다. 거대한 작품 속에 숨겨진 색채와 질감, 여백과 선의 섬세한 디테일은 이른바 ‘실물 영접’으로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김환기 전시는 보기 드물었다. 작품이 워낙 비싼 데다 흩어져 있어서 대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환기의 대규모 회고전 ‘하늘 한 점’에 미술 애호가들과 전문가들의 시선이 쏠린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환기의 시대별 대표작을 비롯해 평소 보기 어려운 초기작과 미공개작 등이 117점이나 나왔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