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에 맞서다]② 느린 삶 찾아 시골로…'한국의 산티아고' 일구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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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뚜벅이마을' 도보여행 프로그램 참여했다가 시골 정착
"전통주 만들 것", "허브 농사 짓고파" 꿈도 제각각
영덕군도 청년주택 만들어 지원…"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 관건"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 시골에는 청년이 없다.
논밭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도, 마을회관에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도, 마을 '청년회장'을 맡는 사람도 모두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을 구경하기가 워낙 힘든 나머지 "온통 노인 천지"라는 자조 섞인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다.
그런 시골 마을에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누군가는 전통주를 빚기 위해, 누군가는 허브 농사를 짓기 위해, 누군가는 지역의 관광 자원을 알린다는 꿈을 안고 시골 마을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 청년들이 시골 마을로 오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적인 트레킹 성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닌 한 청년이 있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온 청년, 영덕으로 오다
국토종주를 할 정도로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설동원(31) 메이드인피플 대표는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했다.
"수백㎞나 되는 길을 걸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았죠."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마을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설 대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세계적인 걷기여행 성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였다.
그리고 그 포부는 경북 영덕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강원 고성까지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해파랑길. 그 해파랑길 가운데 있는 영덕 구간은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영덕 대게공원에서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구간은 바다, 산, 들판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설 대표는 이 구간을 트레킹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행안부의 사업에 공모했고, 당당히 당선됐다.
그리고 그 사업을 '뚜벅이마을'로 이름 지었다.
설 대표가 세운 문화기획사 메이드인피플이 운영하는 뚜벅이마을은 단순한 도보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다.
"서울 대치동이 자녀 교육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지방도 사람들을 끌어들일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평생 정착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상당 기간 머물면서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여 지방소멸을 막는 것, 그것이 뚜벅이마을의 목표입니다.
"
뚜벅이마을은 짧게는 1박 2일 단기 프로그램부터 길게는 7주에 이르는 장기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단순히 도보여행을 즐길 수도 있지만, 수 주 동안 머물면서 시골 생활을 체험하고 정착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년간 정착한 사람은 10여 명에 이른다.
◇ 도시 청년들, 시골에서 전통주와 허브차를 꿈꾸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한지석(25) 씨는 요즘 영덕군이 영해면에 지은 청년주택에 살면서 빌린 밭이 있는 창수면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심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농사짓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누구나 인정할 만한 맛있는 전통주를 빚는 것이 꿈이다.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했습니다.
한식 조리를 하다가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전통주 담그는 데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재작년 뚜벅이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그게 계기가 됐습니다.
"
뚜벅이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영덕군에서 10주 동안 살아본 그는 전통주 주조의 꿈을 이곳에서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영덕의 산과 물, 그리고 그 자연이 낳은 곡물로 자신만의 전통주를 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술을 빚어도 사연과 이야기가 중요하고, 정체성이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지역인 영덕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전통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기 위한 준비 단계죠." 한 씨의 정착은 친구 정현진(26) 씨의 영덕 생활로 이어졌다.
한 씨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정 씨는 영덕에 살던 한 씨의 소개로 지난해 12월 뚜벅이 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격 강사 등 여러 직업을 경험했던 정 씨는 영덕의 매력에 푹 빠졌고, 영덕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꿈은 '허브차'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농사부터 시작해 영덕의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는 단계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허브 농장을 운영하면서 허브를 직접 재배하고, 찻집에서도 파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모님도 저의 뜻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 도회 생활을 즐기던 정 씨와 한 씨에게 시골에서의 생활은 지루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큰 도시와 같은 문화생활을 누리거나, 최신 경향을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덕은 사람이 좋고, 산과 바다가 있어 평화롭게 살기가 무척 좋습니다.
앞으로 영덕만의 정체성을 지닌 술과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
◇ 청년들,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도전하다
포항에 살면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이여빈(30) 씨는 우연히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봤다.
영덕군은 당장 집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을 위해 영해면에 청년주택을 지어 저렴한 월세로 빌려주고 있다.
긴 수험 생활에 지쳐가던 그는 영덕문화관광재단 직원 채용 시험에 합격하자 영덕으로 이주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청년주택에 입주할 수 있었다.
청년주택과 재단 사무실은 걸어서 15분 거리이다.
"이동식 목조주택이라 도시 원룸보다 훨씬 낫고, 주변에 비슷한 청년들이 모여 있어 교류도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바닷가도 있고, 포항에 살 때보다 공기도 좋고 조용해서 대단히 만족스럽죠."
이 씨처럼 영덕에 정착한 청년들은 깨끗하고 조용한 환경과 아름다운 바다, 빼어난 풍광이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착 후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면 그 정착은 오래 이어지기 힘들다.
뚜벅이마을의 설 대표도 이를 고민한다.
"지방에서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먹고살 게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자체의 정착 지원금만 빼먹고 나가버리는 이른바 '지원금 헌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입니다.
"
이에 설 대표는 뚜벅이마을 외에도 사업다각화에 자꾸 나서고 있다.
옛 다방이 있던 2층 건물을 빌려 무인 상품판매장 '덕스'를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덕스에는 도보여행에 필요한 상품과 각종 액세서리 등이 있다.
취재차 영덕을 찾은 지난 8일에도 여러 명이 덕스를 방문해 구경하거나 사가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영덕' 캐릭터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설 대표는 젊다는 뜻의 '영'(Young), 오리라는 뜻의 '덕'(Duck)을 합쳐 '젊은 오리' 캐릭터인 영덕을 만들어 각종 상품으로 팔고 있다.
문화기획사를 운영하는 만큼 문화재 탐방, 향교·서원 축제 등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 용역도 맡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도보여행을 하러 왔다가 카페가 부족한 것을 보면 카페를 창업할 수 있을 테고, 지역민이나 관광객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각적인 각도에서 접근해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호응해 영덕군도 영농자금 융자, 현장실습 교육비 지원, 주택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귀농인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도혁 영덕군 이웃사촌마을팀장은 "시골의 인구가 자꾸만 줄어드는 상황에서 2년 동안 마을에 정착한 청년이 10여 명에 이른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로 볼 수 있다"며 "지역의 정착 문턱을 낮추고 일자리를 만들어 외지 청년들이 영덕에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통주 만들 것", "허브 농사 짓고파" 꿈도 제각각
영덕군도 청년주택 만들어 지원…"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 관건"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 시골에는 청년이 없다.
논밭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도, 마을회관에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도, 마을 '청년회장'을 맡는 사람도 모두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을 구경하기가 워낙 힘든 나머지 "온통 노인 천지"라는 자조 섞인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다.
그런 시골 마을에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누군가는 전통주를 빚기 위해, 누군가는 허브 농사를 짓기 위해, 누군가는 지역의 관광 자원을 알린다는 꿈을 안고 시골 마을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 청년들이 시골 마을로 오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적인 트레킹 성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닌 한 청년이 있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온 청년, 영덕으로 오다
국토종주를 할 정도로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설동원(31) 메이드인피플 대표는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했다.
"수백㎞나 되는 길을 걸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았죠."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마을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설 대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세계적인 걷기여행 성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였다.
그리고 그 포부는 경북 영덕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강원 고성까지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해파랑길. 그 해파랑길 가운데 있는 영덕 구간은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영덕 대게공원에서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구간은 바다, 산, 들판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설 대표는 이 구간을 트레킹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행안부의 사업에 공모했고, 당당히 당선됐다.
그리고 그 사업을 '뚜벅이마을'로 이름 지었다.
설 대표가 세운 문화기획사 메이드인피플이 운영하는 뚜벅이마을은 단순한 도보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다.
"서울 대치동이 자녀 교육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지방도 사람들을 끌어들일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평생 정착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상당 기간 머물면서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여 지방소멸을 막는 것, 그것이 뚜벅이마을의 목표입니다.
"
뚜벅이마을은 짧게는 1박 2일 단기 프로그램부터 길게는 7주에 이르는 장기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단순히 도보여행을 즐길 수도 있지만, 수 주 동안 머물면서 시골 생활을 체험하고 정착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년간 정착한 사람은 10여 명에 이른다.
◇ 도시 청년들, 시골에서 전통주와 허브차를 꿈꾸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한지석(25) 씨는 요즘 영덕군이 영해면에 지은 청년주택에 살면서 빌린 밭이 있는 창수면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심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농사짓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누구나 인정할 만한 맛있는 전통주를 빚는 것이 꿈이다.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했습니다.
한식 조리를 하다가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전통주 담그는 데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재작년 뚜벅이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그게 계기가 됐습니다.
"
뚜벅이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영덕군에서 10주 동안 살아본 그는 전통주 주조의 꿈을 이곳에서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영덕의 산과 물, 그리고 그 자연이 낳은 곡물로 자신만의 전통주를 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술을 빚어도 사연과 이야기가 중요하고, 정체성이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지역인 영덕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전통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기 위한 준비 단계죠." 한 씨의 정착은 친구 정현진(26) 씨의 영덕 생활로 이어졌다.
한 씨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정 씨는 영덕에 살던 한 씨의 소개로 지난해 12월 뚜벅이 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격 강사 등 여러 직업을 경험했던 정 씨는 영덕의 매력에 푹 빠졌고, 영덕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꿈은 '허브차'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농사부터 시작해 영덕의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는 단계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허브 농장을 운영하면서 허브를 직접 재배하고, 찻집에서도 파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모님도 저의 뜻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 도회 생활을 즐기던 정 씨와 한 씨에게 시골에서의 생활은 지루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큰 도시와 같은 문화생활을 누리거나, 최신 경향을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덕은 사람이 좋고, 산과 바다가 있어 평화롭게 살기가 무척 좋습니다.
앞으로 영덕만의 정체성을 지닌 술과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
◇ 청년들,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도전하다
포항에 살면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이여빈(30) 씨는 우연히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봤다.
영덕군은 당장 집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을 위해 영해면에 청년주택을 지어 저렴한 월세로 빌려주고 있다.
긴 수험 생활에 지쳐가던 그는 영덕문화관광재단 직원 채용 시험에 합격하자 영덕으로 이주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청년주택에 입주할 수 있었다.
청년주택과 재단 사무실은 걸어서 15분 거리이다.
"이동식 목조주택이라 도시 원룸보다 훨씬 낫고, 주변에 비슷한 청년들이 모여 있어 교류도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바닷가도 있고, 포항에 살 때보다 공기도 좋고 조용해서 대단히 만족스럽죠."
이 씨처럼 영덕에 정착한 청년들은 깨끗하고 조용한 환경과 아름다운 바다, 빼어난 풍광이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착 후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면 그 정착은 오래 이어지기 힘들다.
뚜벅이마을의 설 대표도 이를 고민한다.
"지방에서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먹고살 게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자체의 정착 지원금만 빼먹고 나가버리는 이른바 '지원금 헌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입니다.
"
이에 설 대표는 뚜벅이마을 외에도 사업다각화에 자꾸 나서고 있다.
옛 다방이 있던 2층 건물을 빌려 무인 상품판매장 '덕스'를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덕스에는 도보여행에 필요한 상품과 각종 액세서리 등이 있다.
취재차 영덕을 찾은 지난 8일에도 여러 명이 덕스를 방문해 구경하거나 사가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영덕' 캐릭터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설 대표는 젊다는 뜻의 '영'(Young), 오리라는 뜻의 '덕'(Duck)을 합쳐 '젊은 오리' 캐릭터인 영덕을 만들어 각종 상품으로 팔고 있다.
문화기획사를 운영하는 만큼 문화재 탐방, 향교·서원 축제 등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 용역도 맡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도보여행을 하러 왔다가 카페가 부족한 것을 보면 카페를 창업할 수 있을 테고, 지역민이나 관광객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각적인 각도에서 접근해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호응해 영덕군도 영농자금 융자, 현장실습 교육비 지원, 주택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귀농인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도혁 영덕군 이웃사촌마을팀장은 "시골의 인구가 자꾸만 줄어드는 상황에서 2년 동안 마을에 정착한 청년이 10여 명에 이른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로 볼 수 있다"며 "지역의 정착 문턱을 낮추고 일자리를 만들어 외지 청년들이 영덕에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