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흐무트 함락을 부인했다. 러시아 용병부대가 바흐무트를 점령했다는 선언을 뒤집은 발언이다. 항전 의지를 밝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은 F-16 전투기 사용을 승인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바흐무트는 러시아에 점령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초청을 받아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일 바흐무트에서 전술적 실수가 발생해 우리 병력이 포위된다면 힘든 일이 될 것이다"라며 “우리 군의 전술적 판단을 공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날 러시아측 용병 부대인 와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선포한 사실을 반박한 것이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직전 "바흐무트가 파괴됐고, 남아있는 건 거의 없다"고 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함락을 시인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장악했다는 사실을 부인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추가 입장을 내며 "함락을 부인한 게 맞다"고 확인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소도시다. 러시아군이 서부 진격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들자 양 군이 이곳에서 10개월 넘게 격전을 펼쳤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항전의 의지를 밝히며 F-16 전투기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F-16 전투지 제공 여부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는 이 전투기를 러시아 영토를 폭격하는 데 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사실상 F-16 전투기 지원을 용인했다는 분석이다. 영국군과 네덜란드군이 보유한 F-16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 조종사에 대한 미군의 조종 훈련 지원을 허가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대반격을 앞둔 우크라이나군에 3억 7500만달러(약 4982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선언했다. 탄약과 장갑차 등 군수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증강되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서방국가가 아직도 확전 시나리오에 집착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들에게 '엄청난 위험'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