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 참전 40대 마가르…"장애인 투지 보여주고 싶어"
용병 출신 네팔인, '양다리 의족' 딛고 에베레스트 사상 첫 등정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구르카 용병 출신 네팔 남성이 두 다리에 의족을 착용하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천848.86m) 정상에 올랐다.

20일(현지시간) 히말라얀타임스 등 네팔 매체에 따르면 하리 부다 마가르(43)는 전날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는 데 성공했다.

히말라얀타임스는 등반 지원업체 관계자 등을 인용해 마가르가 오후 3시 10분께 등정했으며, 이미 캠프2로 내려온 상태라고 보도했다.

네팔 매체에 따르면 무릎 위까지 절단돼 두 다리 모두 의족에 의지한 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가르는 이번에 셰르파 4명 등과 등정에 나섰다.

의족을 착용한 탓에 마가르의 등반 속도는 다른 산악인보다 3배가량 느렸다.

이 밖에도 등반 과정에서 여러 난관이 많았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마가르는 이번 등반에 앞서 히말라얀타임스에 "장애인들이 가진 용기와 투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사람들을 고무하는 롤 모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네팔 북동부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앞서 용맹성으로 이름 높은 구르카 용병으로 맹활약했다.

구르카 용병은 세계 최강 용병 집단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1차·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용병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들은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2001년 이후에는 사설 경호원 등으로 아프간에도 진출했다.

마가르는 아프간에서 영국의 해리 왕자 등과 함께 싸우다가 2010년 4월 두 다리를 잃었다고 힌두스탄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는 장애가 생긴 후 절망에 빠진 끝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알코올 중독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세 아이와 아내를 위해 다시 일어섰고 스카이다이빙, 스키 등을 통해 삶에 대한 열정을 찾아갔다.

유럽 몽블랑, 네팔 메라피크 등 여러 고봉도 오르며 불굴의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양다리 의족을 착용한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천350m)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한편, 네팔에는 해발 8천m 이상인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에베레스트 등 8개 봉우리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히말라야 등반이 한동안 금지됐지만 이후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최근 다시 많은 산악인이 몰려들고 있다.

네팔 당국은 올해 봄철 등반 시즌(3∼5월)에 역대 최다인 478건의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내줬다.

용병 출신 네팔인, '양다리 의족' 딛고 에베레스트 사상 첫 등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