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하루 40만장→최근 1만장 생산…경영난에 다음 달 폐업 결정
땀과 눈물로 공장 지켜낸 직원들 "아직 연탄 쓰는 사람들 어찌할꼬"
[르포] '뜨거웠던 69년' 뒤로하고 문 닫는 광주 마지막 연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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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야 또 구하면 그만이죠. 69년간 주민들의 보금자리를 온기로 지펴준 공장이 사라지는 게 더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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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광주 남구 송하동 남선연탄에서 만난 60대 근로자 A씨는 녹슬다 못해 허물어질 듯 낡은 설비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40여년간 몸담은 일터이자 광주에 마지막 남은 연탄공장인 이곳은 쌓이는 적자를 버티지 못해 다음 달 중순 문을 닫는다.

가가호호 전기·기름 난방시설이 보급되기 전에는 4개의 컨테이너 벨트에서 밤낮 없이 연탄을 찍어냈던 호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1개 라인, 그마저도 4시간 동안만 가동되고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1980년대 하루 평균 연탄 생산량은 40만장에 달했지만, 근래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하루 1만장이면 광주·전남에서 쓰는 연탄을 모두 공급하고도 남는다.

땀방울을 씻어내던 공장 관계자 B씨는 "공장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경영난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얼굴을 타고 내린 땀과 눈물은 고단한 세월을 담은 듯 연탄 가루와 뒤섞여 먹색으로 번졌다.

1954년 생산에 들어간 광주 남선연탄은 21일 설립 69주년을 맞았다.

서민과 애환을 함께한 공장은 '생일'을 넘기자마자 광주 유일 연탄 공장으로 기록을 남기고 폐업하게 됐다.

오랜 세월을 함께했기에 폐업은 직원들에게도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재작년부터 수요량이 '0'에 가까운 여름에는 임시휴업할 만큼 극심한 운영난도 버텼던 이들이다.

폐업 결정에는 공장 인근에 들어선 대규모 주거단지의 민원도 한몫했다.

강풍이 불 때면 석탄 가루가 흩날려 자치구에는 어김없이 항의가 접수됐다.

변두리였던 주변이 개발되면서 차츰 도심으로 편입된 탓에 공장 입장에서는 지속된 민원에 억울할 만도 했지만, 달리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르포] '뜨거웠던 69년' 뒤로하고 문 닫는 광주 마지막 연탄공장
직원들은 폐업을 막으려고 지원을 호소하기도 해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화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광주·전남에서는 쪽방촌 등 1천200여가구에서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장이 없어지면 더 비싼 값을 주고 다른 지역 연탄을 사거나 아예 연탄 난방을 포기해야 한다.

고유가에 전기요금 인상마저 예고된 상황에서 폐업은 공장 직원들만의 아쉬움이 아닌 셈이다.

공장 관계자는 "우리 공장에서 만든 연탄은 목포에 있는 섬마을에서도 사용한다"며 "아직 연탄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하다.

광주시나 전남도에서 보조금이라도 지원한다면 공장을 어떻게든 운영해볼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남선연탄이 문을 닫으면 광주·전남에서 연탄 공장은 화순에 1곳만 남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