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수가' 내주 결정…일반진료보다 의원 수입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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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부담 크지만, 시범사업이라 건정심 '의결' 안 거쳐
시민단체 "환자 더 많은 가격 부담 납득안돼…건보재정 좀먹을 것"
의협 "비대면리스크·의료질 고려해 추가 수가 필요"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의료기관이 받을 수가(의료행위의 대가)가 내주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일반진료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적정 수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사 단체는 비대면 진료의 리스크를 고려해 일반 진료보다 더 높은 수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는 안전성이 떨어지는 비대면 진료에 환자가 더 많은 부담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 작년 비대면 진료 의료기관 '관리료' 수입 2천억원대…"건보재정 부담"
2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당정협의회를 거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수가를 기본 진찰료와 약제비에 '시범사업 관리료'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시 의원이 '시범사업 관리료'만큼의 수입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받는 것인데 이 관리료는 코로나19 유행시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서처럼 일반진료비의 3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오는 26일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비대면 진료의 수가에 대해 보고할 전망이다.
건정심은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 대표 등으로 구성된 건강보험 정책 최고 의결기구지만, 비대면 진료의 수가 산정 방식은 심의·의결 대상이 아니라 보고 사안이다.
이는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관련 업계 등의 의견을 들어 수가 산정 방식을 정하고 건정심에는 보고만 하는데, 문제는 의료기관이 일반진료에 더해 받게 되는 관리료가 연간 수천억원대로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비대면 진료 진료 건수(재택치료 포함)는 3천200만건이었으며 진료비(본인부담금 포함) 총액은 1조4천529억원이었다.
환자 본인부담금을 20%로 잡으면 진료비의 30% 수준인 전화 상담 관리료는 어림잡아 2천800억원대로 계산된다.
여기에는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원칙적으로 제외할 예정인 초진(18.5%)과 병원 이상 의료기관(6.4%)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관리료가 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거나 시범사업이 본격화돼 이용자가 작년보다 늘어나면 건보 재정 투입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 수가가 높은 수준으로 정해지면 건보재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건보 재정 부실을 초래했다며 지출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 의료진 '수고'가 수가 판단 기준…주요국은 비슷한 수준
비대면 진료의 수가 수준을 일반 진료보다 높게 잡을지, 낮게 잡을지, 높인다면 어느 수준으로 높일지의 문제는 결국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료진의 수고가 늘어난 것으로 볼지, 혹은 줄어든 것으로 볼지에 달렸다.
해외 주요국 중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가 일반진료보다 높은 경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정책환경이 유사한 국가의 비대면 진료 수가'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은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대면 진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는 2018년 원격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대면 진료와 원격의료 수가를 동일하게 정했고, 영국 역시 대면 진료와 원격의료 수가가 같다.
미국은 주별로 수가가 다르지만 '동등법'(parity law)이 적용되는 주는 대면 의료와 비대면 의료의 수가가 동일하다.
일본은 온라인 재진료가 대면 진료의 재진료와 같고, 여기에 '온라인 의학관리료'를 추가 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보고서도 인정했다.
작년 12월 발표한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연구' 보고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의 수가를 동등하게 적용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만 비대면 진료의 수가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경우 "낮은 대면 진료 수가 수준, 비대면 진료 의료 시스템 구비 및 관리, 운영 비용, 위험 관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대면 진료의 150% 수준(수가 신설 혹은 가산 수가 적용)으로 하고 여기에 공휴일, 야간 등 가산을 더하는 수준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 의협 "수가 낮으면 의료질 담보 안돼" vs 시민단체 "의료비 폭등 낳을 것"
의협은 비대면 진료의 수가가 낮으면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일반진료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은 수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한시적 비대면 때(일반진료의 130%)보다 (수가가) 떨어진다면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물리적인 동인이 없을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리스크도 있고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가가 낮아도 응하는 기관이 있겠지만,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낮은 수가만큼 비대면 진료가 왜곡돼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의 판단도 유사하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의료기관의) 품이 많이 드는 부분이 있다.
환자 확인, 진료 기록, 기록 제출 등의 필요를 감안해 더 높게 (수가를) 드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높은 수준의 비대면 진료 수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안전과 효과 면에서 대면 진료에 비해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에 환자들이 더 많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을 시민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마진을 챙겨주고 의사들이 더 많은 비대면 진료를 하도록 부추기기 위해 수가를 올리려고 한다"며 "비대면 진료 수가가 대폭 인상되면 의료비 폭등을 낳고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재난 상황이 종식돼 대면 진료가 가능한데도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이라는) 꼼수를 써서 지속하려 한다"며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할 생각이 있다면 도서 벽지와 취약 지역에 병원과 인력을 확충하고 공공의료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환자 더 많은 가격 부담 납득안돼…건보재정 좀먹을 것"
의협 "비대면리스크·의료질 고려해 추가 수가 필요"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의료기관이 받을 수가(의료행위의 대가)가 내주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일반진료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적정 수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사 단체는 비대면 진료의 리스크를 고려해 일반 진료보다 더 높은 수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는 안전성이 떨어지는 비대면 진료에 환자가 더 많은 부담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 작년 비대면 진료 의료기관 '관리료' 수입 2천억원대…"건보재정 부담"
2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당정협의회를 거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수가를 기본 진찰료와 약제비에 '시범사업 관리료'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시 의원이 '시범사업 관리료'만큼의 수입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받는 것인데 이 관리료는 코로나19 유행시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서처럼 일반진료비의 3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오는 26일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비대면 진료의 수가에 대해 보고할 전망이다.
건정심은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 대표 등으로 구성된 건강보험 정책 최고 의결기구지만, 비대면 진료의 수가 산정 방식은 심의·의결 대상이 아니라 보고 사안이다.
이는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관련 업계 등의 의견을 들어 수가 산정 방식을 정하고 건정심에는 보고만 하는데, 문제는 의료기관이 일반진료에 더해 받게 되는 관리료가 연간 수천억원대로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비대면 진료 진료 건수(재택치료 포함)는 3천200만건이었으며 진료비(본인부담금 포함) 총액은 1조4천529억원이었다.
환자 본인부담금을 20%로 잡으면 진료비의 30% 수준인 전화 상담 관리료는 어림잡아 2천800억원대로 계산된다.
여기에는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원칙적으로 제외할 예정인 초진(18.5%)과 병원 이상 의료기관(6.4%)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관리료가 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거나 시범사업이 본격화돼 이용자가 작년보다 늘어나면 건보 재정 투입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 수가가 높은 수준으로 정해지면 건보재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건보 재정 부실을 초래했다며 지출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 의료진 '수고'가 수가 판단 기준…주요국은 비슷한 수준
비대면 진료의 수가 수준을 일반 진료보다 높게 잡을지, 낮게 잡을지, 높인다면 어느 수준으로 높일지의 문제는 결국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료진의 수고가 늘어난 것으로 볼지, 혹은 줄어든 것으로 볼지에 달렸다.
해외 주요국 중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가 일반진료보다 높은 경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정책환경이 유사한 국가의 비대면 진료 수가'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은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대면 진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는 2018년 원격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대면 진료와 원격의료 수가를 동일하게 정했고, 영국 역시 대면 진료와 원격의료 수가가 같다.
미국은 주별로 수가가 다르지만 '동등법'(parity law)이 적용되는 주는 대면 의료와 비대면 의료의 수가가 동일하다.
일본은 온라인 재진료가 대면 진료의 재진료와 같고, 여기에 '온라인 의학관리료'를 추가 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보고서도 인정했다.
작년 12월 발표한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연구' 보고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의 수가를 동등하게 적용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만 비대면 진료의 수가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경우 "낮은 대면 진료 수가 수준, 비대면 진료 의료 시스템 구비 및 관리, 운영 비용, 위험 관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대면 진료의 150% 수준(수가 신설 혹은 가산 수가 적용)으로 하고 여기에 공휴일, 야간 등 가산을 더하는 수준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 의협 "수가 낮으면 의료질 담보 안돼" vs 시민단체 "의료비 폭등 낳을 것"
의협은 비대면 진료의 수가가 낮으면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일반진료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은 수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한시적 비대면 때(일반진료의 130%)보다 (수가가) 떨어진다면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물리적인 동인이 없을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리스크도 있고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가가 낮아도 응하는 기관이 있겠지만,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낮은 수가만큼 비대면 진료가 왜곡돼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의 판단도 유사하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의료기관의) 품이 많이 드는 부분이 있다.
환자 확인, 진료 기록, 기록 제출 등의 필요를 감안해 더 높게 (수가를) 드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높은 수준의 비대면 진료 수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안전과 효과 면에서 대면 진료에 비해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에 환자들이 더 많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을 시민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마진을 챙겨주고 의사들이 더 많은 비대면 진료를 하도록 부추기기 위해 수가를 올리려고 한다"며 "비대면 진료 수가가 대폭 인상되면 의료비 폭등을 낳고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재난 상황이 종식돼 대면 진료가 가능한데도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이라는) 꼼수를 써서 지속하려 한다"며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할 생각이 있다면 도서 벽지와 취약 지역에 병원과 인력을 확충하고 공공의료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