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휴일 소아 환자 진료…병의원 부족·낮은 수가로 신청 저조
"밤에 아이가 아프면 어떡하죠?"…달빛어린이병원 전북에 단 2곳
야간과 휴일에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전북지역 '달빛어린이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달빛어린이병원은 전주시 대자인병원과 부안군 엔젤연합소아청소년과 단 2곳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린이 경증 환자에게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2014년 도입됐다.

전북도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17년부터 달빛어린이병원을 희망하는 의료기관 신청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이들 병의원만 참여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달빛어린이병원 신청을 꺼리는 데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먼저 출산율 감소와 낮은 의료 수가로 소아청소년과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의 절대적 숫자가 적다.

합계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0.82명인 전북지역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은 110여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주·군산·익산시에 몰려 있고, 무주·장수·임실군 등 3개 지역에는 아예 어린이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이 없다.

또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대부분이 소규모로 운영돼 의료인력 투입에 여유가 없는 상황도 영향을 줬다.

도내 소아청소년과 한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는 의사가 한 명이거나 간호사 수가 적으니까 휴일 운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야간 수가 외에는 지원도 거의 없다 보니까 사업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달빛어린이병원이 없거나 먼 곳에 사는 부모들은 오밤중 아픈 아이를 보며 가슴앓이하고 있다.

대형 병원 응급실을 찾을 정도는 아닌데, 마땅히 진료받을 병원이 없어 상비약으로 밤을 넘기기 일쑤라고 입을 모은다.

익산시에 사는 박모(41)씨는 "아이들은 밤낮을 안 가리고 갑자기 아픈데 야간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이 없다시피 하니까 속상할 때가 많다"며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말만 하지 말고 의료시설을 충분히 늘려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전북도는 도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달빛어린이병원 필요성을 지속해서 홍보하고 사업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밝힌 만큼, 건강보험 수가 개선과 운영비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일부 병의원에서 최근 달빛어린이병원 신청을 문의해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