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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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하루 만에 3% 넘게 급등했다. 업황 회복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수요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앞으로 국내 증시 반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

19일 삼성전자는 3.32% 오른 6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3.95% 상승한 9만7300원에 마감했다. 한미반도체(21.55%), 하나머티리얼즈(15.26%), 동진쎄미켐(14.29%)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9% 올랐는데, 상승분의 약 9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그동안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2차전지와 엔터주는 큰 폭으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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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52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231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은 두 종목을 각각 1937억원, 9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4.97%), 마이크론테크놀로지(4.08%) 등 반도체주가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펀드매니저는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때는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등 새로운 수요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AI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AI 산업 성장으로 미국 S&P500 기업들의 매출이 향후 10년간 3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늘어나면 환율도 안정

증권업계는 반도체주의 실적 바닥을 2분기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업체들의 감산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홍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는 재고 평가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방 산업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가 먼저 반등하면서 반도체 경기 낙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닷컴 주가는 올 들어 각각 40%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테크가 회복하면 경기 민감 산업인 반도체도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국내 증시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서 달러가 유입되면 130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 과거 환율 하락기에도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았다.

반도체가 반등하면 다른 종목군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년간 반도체 비중을 축소해온 국내 기관들이 반도체를 다시 담으려면 다른 종목을 팔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관들은 지난 2년간 삼성전자를 11조396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주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경우 기관들이 비중을 급하게 늘리면서 수급이 반도체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