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B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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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에서 중요한 건 양보다 품질, 그리고 고객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지은 한국IBM 최고기술책임자(CTO·전무)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사무소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며 “IBM의 핵심 고객은 기업이고, 기업이 AI 도입을 보다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개별 기업이 각각 필요로 하는 AI 기술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적용할 수 있도록 AI 플랫폼 왓슨X를 개발했다”며 “왓슨X의 신뢰성 높은 데이터, 속도, 거버넌스를 통해 기업은 시간 단축,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IB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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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특화한 AI 플랫폼”

이날 미디어 브리핑은 오는 7월 출시를 앞둔 왓슨X의 특징 및 차별화 전략을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최근 AI 시장은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를 필두로 빅테크들의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 동맹구조에 맞서 구글이 최근 대규모언어모델(LLM) 팜2를 기반으로 한 생성AI 바드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메타와 아마존도 생성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IBM도 왓슨X를 내놓으며 참전 선언을 한 것이다.

기존에 AI 기술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이젠 기업 의사결정에 AI를 먼저 활용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하는 기업 비중이 2017년 20%에서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50%로 2.5배 증가했다. 작년 말 챗GPT 열풍에 힘입어 올해는 그 비중 더 급격하게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IBM은 챗GPT와 MS의 빙, 구글 바드 등과 다른 전략을 세웠다. 기업이 AI 모델을 도입할 때 데이터 학습 및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없도록 이에 대한 솔루션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AI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레이블이 지정되지 않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전에 학습한 AI 모델을 말한다. 이 전무는 “이미 사전 훈련이 된 모델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추가로 데이터 준비 및 학습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M 연구자료에 따르면 IT 전문가의 41%가 “현재 회사에서 생성형 AI를 탐색 중”이라고 답했으며, 27%는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 생성형 AI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바탕이다. 이 전무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생성 AI에 있어서 소비자용과 비즈니스용 AI 애플리케이션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IBM은 기업에 특화한 데이터 학습과 모든 클라우드에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생성AI 기술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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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파운데이션모델로 맞춤형 AI 모델 구현”

왓슨X는 △왓슨X.ai △왓슨X.데이터 △왓슨X.거버넌스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왓슨X.ai는 생성AI를 위한 파운데이션모델을 제공하는 일종의 AI 스튜디오다. 왓슨X.데이터는 AI 워크로드가 최적화된 데이터 저장소이며 , 왓슨X.거버넌스는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툴 킷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전무는 “기업이 AI 모델을 도입할 땐 데이터 통합, AI 모델 개발 플랫폼, 신뢰성, AI 전문성 등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며 “IBM은 왓슨X를 통해 이를 보다 빠른 속도로 해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IBM이 제공할 파운데이션 모델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fm.지오스파샬’은 미국 NASA의 기후 및 원격 감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모델이다. 기업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연재해 패턴, 생물다양성, 토지사용 등의 변화에 따른 계획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전무는 “IBM은 허깅페이스와의 협력을 통해 오픈소스 파운데이션 모델과 데이터 세트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기업이 보다 비즈니스에 적합한 AI 모델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AI 도입을 주저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신뢰성이다. 데이터가 오염됐거나 AI 모델의 결과 도출 과정에 오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이 전무는 “기업은 고객과 상호 작용할 때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꾸며내거나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IBM의 접근 방식은 진화하는 법률 및 규제 환경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엄격성, 프로세스, 기술 및 도구를 구축하는 것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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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생성AI 후발주자?

챗GPT 등장 이후 다른 빅테크들에겐 ‘후발주자’, ‘추격자’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IBM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IBM도 이미 LLM을 개발해 운영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5년부터 왓슨을 파운데이션모델을 운용해오고 있다”며 “이번에 왓슨X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챗GPT(오픈AI), 빙(MS), 바드(구글), 등과 왓슨X의 차이점에 대해선 “데이터의 양보다 질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이 전무는 “데이터양이 많을수록 기업이 이를 온전히 감당하기 힘들다. 그렇게 하기엔 너무나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IBM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정보를 필터링해 파운데이션모델이 미리 학습을 시켰다”며 “빅테크들은 컴퓨팅 파워를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은 파라미터를 추구하는데, 우리는 과연 기업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1급수 데이터’로 훈련하고,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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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무는 “시장을 살펴보니 한 기업이 복수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장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그래서 애니 클라우드 전략을 취하게 됐다”며 “기업이 특정 클라우드에 록인(lock-in)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처럼, 왓슨X도 이 시장을 철저하게 고객(기업) 입장에서 바라본 결과”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기업 입장에서 AI는 어떤 방식으로든 접할 수밖에 없고, 함께 살아가야 할 영역이라는 게 테크 업계의 전망이다. 이 전무는 “오는 3분기에 출시할 왓슨X 데이터 및 AI플랫폼 외에도 2025년까지 IBM의 모든 주요 AI 소프트웨어 제품 전반에 걸쳐 왓슨X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며 “보다 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