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학고재 갤러리에서 독일과 한국의 추상화가 전시를 동시에 열고 있다.

본관에서는 독일 작가 토마스 샤이비츠(55)가, 신관에서는 한국 작가 박영하(69)가 6월17일까지 작품을 선보인다.

200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독일관 대표로 참여한 샤이비츠의 한국 개인전은 2019년 이후 두 번째다.

박영하는 10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연다.

샤이비츠·박영하…독일·한국 추상화가 동시에 학고재 개인전
◇ 이미지의 변형과 조합, 재구성…샤이비츠展
이번 전시의 성격은 제목인 '파라다이스의 제니퍼'(Jennifer in Paradise)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사 ILM에서 일하던 존 놀은 1987년 보라보라섬 여행에서 찍은 여자친구 제니퍼의 사진에 배경 화면을 합성해 세계 최초의 합성사진을 만들었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의 대명사 '포토샵'의 탄생에 얽힌 이 이야기는 이미지의 직접적인 변형, 맥락이 다른 이미지를 조합하고 변형하는 샤이비츠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데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는 르네상스 회화나 동시대 만화, 대중매체, 그래픽 디자인 등의 이미지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얻거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연필 드로잉 이미지를 기하학적으로 변형해 작업 원천으로 사용한다.

작가는 "포토샵이 작업 도구로 작용하긴 하지만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면서 "내 작업에서는 이미지를 잘라내고 붙이고 하는 개념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파라다이스의 제니퍼'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이용한 표제작을 비롯해 회화 21점과 조각 2점이 소개된다.

샤이비츠·박영하…독일·한국 추상화가 동시에 학고재 개인전
◇ 회화의 본질을 향한 영원한 화두 '내일의 너'…박영하展
박영하는 회화를 공부하던 대학생 때부터 "예술은 추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추상 작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굳건하게 추상 미술을 계속해 왔다.

최대한 자연색에 가까운 색을 내기 위해 직접 안료를 개발해 사용하지만, 그의 관심은 자연의 재현이 아닌 '그림 그 자체'다.

작품 제목은 모두 부친인 시인 박두진이 제시한 '내일의 너'다.

작가는 "(아버지가)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주지는 않으셨다"면서도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점에서 내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존재로서 회화의 본질을 고민하기 위해 이 화두를 그림으로 옮긴다"고 해석했다.

전시에서는 추상화의 본질을 고민한 회화 30여점과 드로잉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