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45% 내린 밀 가격…16년來 최저 생산량에 반등하나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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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대비 재고율 16년만에 최저 전망
흑해 곡물 협정 미연장 관련 불확실성도
미국선 106년만에 최저 수확량 예측돼
흑해 곡물 협정 미연장 관련 불확실성도
미국선 106년만에 최저 수확량 예측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하락세를 거듭해 온 밀(소맥) 가격의 반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수출국의 밀 공급량이 16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서다.
1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올해 5월 기준 주요 수출국의 밀 수요 대비 재고율(SU)이 내년 중반께 13.9%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7~2008년(13.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10년 평균(16.8%)도 밑돈다.
앞서 2022~2023년에도 밀 수요 대비 재고율은 15년 만에 최저치인 13.5%를 기록했었다. 2021~2022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6%까지 하락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었지만, 최종 수치는 15.1%로 집계됐다.
국제 밀 가격은 1년 전 대비 45%가량 내린 상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국제 밀 가격이 202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고 밝혔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7월물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3.25달러(-0.50%) 내린 부셸당 644.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셸당 1277.50달러에서 거의 반 토막 난 수준이다. 2021~2022년 때와 같이 2018~2019년에도 밀 수요 대비 재고율의 최종치(18.1%)가 예상치(13.6%)를 크게 웃돌았던 예가 있다. 초기 예상치가 확정치일 확률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가격 하락에 따른 추가 수요 창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주목할 만한 수치”라고 짚었다.
수요 대비 재고율 하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주효했다. USDA에 따르면 2023~2024년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과 수출량은 각각 1650만t, 1000만t이다. 2022~2023년 2090만t, 1500만t에서 1년 만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가 오는 18일 중단을 주장하고 있는 흑해 곡물 협정이 유지되는 것을 가정한 추정이어서 실제로는 더 적을 수 있다. 협정 만료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러시아는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곡물 수출량의 약 4분의 1을 책임지고 있었다. 전쟁으로 흑해가 봉쇄되자 6개월간 곡물 수출이 중단됐고,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협정이 타결되면서 해상 운송이 극적으로 재개됐다. 이 협정으로 950척 넘는 선박들이 3020만t 이상의 곡물을 싣고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했고, 이 중 55% 이상이 가난한 나라들로 이송됐다.
흑해 곡물 협정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3월 두 번째로 연장됐다. 종료 시한은 애초 120일이었지만, 러시아는 60일로 끝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측 주장대로 오는 18일 협정이 중단되면 밀을 포함한 세계 곡물 가격은 요동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주요 밀 생산국 중 한 곳인 미국에선 가뭄 장기화로 올해 수확량이 1917년 이후 약 10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USDA는 “전체 밀밭의 67%에서만 수확이 가능할 것”이라며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으로 밀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알렸다. 발표 직후 캔자스, 오클라호마 등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품종인 경질 적색 겨울 밀 선물 가격이 6.9% 급등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