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재인 전 대통령 후원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자회사와 5년간 ‘위장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16일 여권에서 제기됐다. 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위협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을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관위가 5년째 보안 컨설팅을 맡긴 윈스라는 업체는 문 전 대통령 후원자로 잘 알려진 김을재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양통신의 자회사”라며 “공개입찰 형식을 빌려 업체를 선정했지만 실상은 수의계약이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2018년과 2022년 통합관제 및 보안시스템 운용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긴급 입찰’을 했지만 단독 입찰에 따른 두 차례 유찰 끝에 윈스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최근 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위협으로 국정원이 보안 점검을 권고하자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대신 “자체 보안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랬던 선관위가 자체 보안 업무를 특정 정치 성향 업체에 맡겼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기술력을 기준으로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박 사무총장은 국정원 보안 점검에 대해 “필요한 경우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 따라 정보기관의 기술적 지원을 받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반복했다. 행안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보안 점검을) 받겠다는 거냐, 안 받겠다는 거냐”고 묻자 박 사무총장은 “검토해서 (받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선관위는 외부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지난해 대선에서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운반한 것이 발견돼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국회 차원의 견제에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초선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형만 받아도 의원직이 박탈되기 때문에 선관위는 의원들에게 ‘갑’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사무총장은 이날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아빠 찬스가 드러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박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자녀가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각각 2022년과 2018년에 선관위 경력직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