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광고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LG CNS의 실험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AI 솔루션을 활용해 마케팅을 진행한 기업의 비용 대비 효율이 이전보다 크게 향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I가 마케터와 프로듀서(PD) 등 전문가의 ‘촉’에 의존했던 광고·마케팅 분야로 영토를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분석하며 마케팅 효율 30%↑

'촉'에 의존하던 광고판, AI가 바꾼다
15일 LG CNS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말 AI와 수학적 최적화 기반의 마케팅 최적화 플랫폼 ‘MOP’를 출시했다. MOP는 고객사(광고주)의 인터넷과 디스플레이 광고를 최적화해주는 플랫폼이다. 출시 후 현재까지 100여 개 광고주와 대행사, 미디어랩사 등이 MOP를 도입했다.

골프용품 제조사 A사는 MOP를 사용해 소비자가 검색하는 수만 개의 골프 관련 단어를 뽑은 뒤 이를 기반으로 광고의 종류와 비용을 결정했다. 그 결과 기존과 동일한 비용을 썼음에도 광고 효과가 27% 높아졌다. 고급 아동복 제조사 B사는 검색광고 관리가 어려운 주말과 새벽 시간대에 낭비되는 광고비를 잡아냈다. 비용 대비 매출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예산을 24% 절감했다.

LG CNS는 AI와 수학적 최적화 등 디지털전환(DX) 기술을 적용해 MOP를 개발했다. 고객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마케팅 실적 데이터를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으로부터 자동 수집하는 것이 첫 단계다. 여기에 수학적 최적화 기술을 활용해 현재 가진 자원과 변수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AI로 계산한다. 광고 집행도 AI의 몫이다. 효과가 좋은 노출 위치, 시간대, 빈도 등을 고려해 예산을 분배한 뒤 최적 입찰가를 설정해 자동으로 입찰에 나선다.

상황이 바뀌면 실시간으로 전략을 수정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경쟁 업체의 광고를 얼마나 클릭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해 이상 상황을 체크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 회사 관계자는 “AI 솔루션은 24시간 일한다”며 “회의나 검토 작업 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돼 광고 입찰 타이밍을 놓치는 일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보폭 넓히는 마케팅 AI

AI가 담당하는 업무는 온라인 광고 트래픽 분석만이 아니다. 광고 문안을 생성하는 등 카피라이터 업무도 해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도입해 활용 중이다. MOP 사례처럼 시장 분석만 AI에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소비자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였는지, 실제 구매를 결정한 곳은 어디인지 등을 척척 알려준다.

홈쇼핑에 들어가는 배경음악을 AI가 선정하거나 제작하기도 한다. KT의 자회사 KT알파는 최근 지니뮤직과 함께 홈쇼핑 프로그램에 맞는 배경음악을 AI로 제작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AI는 쇼핑 호스트와 판매 상품, 주 고객층에 맞춰 새로운 배경음악을 제작한다. 저작권료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영상 편집도 AI가 한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어도비는 최근 자사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에 AI를 도입했다. 온라인 마케팅에 널리 쓰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에 맞춰 영상 속 사진과 글, 사물과 인물의 크기 및 배치를 자동으로 조정해준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