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항저우 AG 직후로 잡았던 결혼식…대회 연기로 '금메달 선물' 틀어져
은퇴 미루고 맹훈련…1·2차 대표 선발전서 우승해 AG 출전권 다시 획득
레슬링 류한수 "결혼식 때 못 준 AG 금메달, 이번에 선물할게"
한국 레슬링의 대들보 류한수(35·삼성생명)는 2020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하려 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고질적인 양쪽 어깨 통증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는 왼쪽 어깨 부상이 심했는데, 통증으로 오른쪽 어깨를 많이 쓰다 보니 반대쪽에도 부상이 생겼다"고 했다.

고심하던 류한수가 은퇴 생각을 접은 건 예비 신부 김미례 씨를 만나고 나서다.

류한수와 김미례 씨는 대표팀 동료 정한재(수원시청)의 아내이자 전 레슬링 선수인 오혜민 씨의 소개로 만났고, 지난 2022년 11월 결혼에 골인했다.

류한수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결혼 선물로 전해주고 싶었다"며 "친구인 김현우(삼성생명)도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함께 아시안게임 직후로 결혼 날짜를 잡은 이유"라고 했다.

류한수는 계획은 차근차근 이뤄지는 듯했다.

그는 작년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년 연기된 바람에 류한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류한수는 은퇴 계획을 수정했다.

그는 "금메달을 결혼 선물로 주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만, 아내와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며 "선수 생활을 연장한 이유"라고 말했다.

레슬링 류한수 "결혼식 때 못 준 AG 금메달, 이번에 선물할게"
류한수는 아내를 생각하며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생사를 넘나든다는 사점(死點) 훈련을 소화하며 이를 악물었다.

14일 강원도 양구군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만난 아내 김미례 씨는 "옆에서 지켜보는데 매우 안쓰러웠다"며 "남편은 밤마다 통증 때문에 끙끙 앓았다"고 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그만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류한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류한수는 지난해 12월 1차 선발전에 이어 이날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결승에서도 우승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다시 획득했다.

레슬링 류한수 "결혼식 때 못 준 AG 금메달, 이번에 선물할게"
남편 몰래 경기장을 찾은 김미례 씨는 관중석에서 류한수의 승리 장면을 바라보며 남몰래 눈가를 훔쳤다.

김미례 씨는 "사실 남편의 모습을 보기가 안쓰러워서 경기장을 많이 찾지 못했다.

직접 경기를 본 건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다.

김 씨는 "남편이 참 자랑스럽다"며 "아시안게임에서도 결과와 관계없이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류한수는 아내의 응원에 "참 고마울 따름"이라며 "결혼식 때 주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번에 꼭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