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사과나무 살구나무 등이 우거진 녹음 사이로 실내 정원과 테라스, 발코니가 어우러진 핸드백 디자인·제조시설이 얼굴을 내민다. 경기 의왕시의 9920㎡ 규모 널찍한 녹지에 들어선 시몬느 본사는 한국 최초의 오피스캠퍼스다. 구글이나 애플 본사가 부럽지 않은 이곳은 마크제이콥스, 도나카란뉴욕(DKNY), 랄프로렌, 코치, 루이비통, 버버리 등 명품백의 ‘산실’로 이름이 높다.

“시몬느가 멈추면 글로벌 명품 핸드백 명맥이 끊깁니다.” 지난 11일 만난 박은관 시몬느 회장의 첫마디는 글로벌 핸드백 시장에서 시몬느의 위상을 압축해 보여줬다.

핸드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시몬느는 기라성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제품 개발과 생산을 도맡다시피 한다. ‘명품백업계의 TSMC’로 불리는 이유다. 럭셔리 핸드백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10%를 차지하며 1위에 오른 지 오래다. 미국 1~7위 핸드백 브랜드는 모두 시몬느의 손을 거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054억원, 영업이익 1439억원을 올렸다. 제품 소매가로 환산하면 8조원어치다.

이런 시몬느를 박 회장은 “풀서비스 컴퍼니”라고 부른다. 주문한 대로 단순 제품만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와 달리 제품 개발과 기획, 생산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DKNY와는 32년째, 코치와는 22년째 거래를 이어갈 정도로 명품업체의 신망이 높다. 지난 36년간 개발한 핸드백 스타일은 20만 종이 넘는다.

박 회장은 1987년 자본금 1억원으로 시몬느를 창업했다.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봉제·잡화 제조업에 뛰어들어 30여 년 만에 ‘명품백 무대 뒤의 주인공’으로 키운 배경에는 장인들의 땀이 있다. 시몬느에는 환갑을 넘긴 장인만 열네 명이 근무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대표 명품업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박 회장은 “경력 55년의 업계 최장수 장인 등 본사 직원 400여 명의 경력을 모두 합치면 ‘6100년’이 된다”고 강조했다.

의왕=강경주/오유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