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수십억원대 암호화폐 투자 논란 중심에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의 자진 탈당을 놓고 정치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이 당내 윤리 감찰과 진상조사, 이에 따른 징계 처분 칼날을 모두 비켜갈 수 있게 돼서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김 의원의 탈당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징계 전 탈당’ 선수 친 金

민주, 김남국 '코인 의혹' 진상조사 없던 일 되나
김 의원은 이날 자진 탈당을 선언하면서도 여러 차례 조기 복당 의지를 내비쳤다.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 차원의 징계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탈당한 뒤 문제를 수습하고 복당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윤리규범에 따르면 징계 절차 진행 도중에 탈당하면 원칙적으로 5년간 복당이 불가능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김 의원에 대한 윤리 감찰을 지시해 징계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자 김 의원이 탈당 ‘선수’를 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이재명(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며“(김 의원의) 탈당을 절대 수락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민주당 재선 의원도 “징계 절차가 시작되면 탈당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당헌·당규의 취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규에는 ‘징계를 회피하기 위한 탈당의 경우에도 5년 내에 복당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 향후 김 의원이 복당을 시도할 때 당규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꼬리 자르기’

암호화폐 투자 논란 파장이 일파만파인 와중에 민주당으로선 김 의원의 탈당으로 악재 확산을 사전에 차단한 측면도 있다. 김 의원은 논란의 핵심인 수십억원대 암호화폐 ‘위믹스’ 최초 투자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김 의원이 암호화폐 업계로부터 코인을 지급받고서 이와 관련된 의정 활동을 했다’는 로비설로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위믹스 등 암호화폐를 보유한 채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해 공직자 이해 상충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안 질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등 소속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도중 코인 매매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는 민주당 전반으로 ‘김남국 코인 리스크’가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의혹이 나오자 이 대표가 긴급 윤리 감찰을 지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는 국민에 대한 사과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당원동지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하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소속 국회의원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는 점, 국민께 실망을 드렸다는 점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檢 강제 수사 불가피할 듯

김 의원이 탈당했지만 검찰의 강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뒤에선 거액의 코인 매매를 했다는 도덕적 비난과는 별개로 미공개 정보 이용, 입법 로비 등 범죄 혐의가 짙은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어서다.

박정훈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김 의원의 코인 투자가 형사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관련 정보를 넘겼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위믹스 외에도 상장 전 코인과 변동성이 큰 잡코인에 거액을 투자한 정황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김 의원이 위험성이 큰 코인에 거액을 투자한 배경과 입법 로비와의 연관성 등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를 위해 조만간 세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