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밝힌 수베로 전 감독 경질 사유는 '실험적인 야구'
3년 전 대행으로 114경기에서 113개 라인업 내민 최원호 감독, 이젠 고정 라인업 예고
실험은 그만·이기는 야구…최원호 한화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
한화 이글스는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을 경질한 이유를 설명하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실험'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한화 관계자는 11일 "수베로 감독이 계속 실험적인 야구를 해서 내부적으로 교체 논의를 했다"며 "지금은 팀이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2일부터 한화 1군을 이끄는 '전 퓨처스(2군)팀 사령탑' 최원호 감독에게도 구단은 실험이 아닌 결과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2020년 11월 한화와 3년 계약을 한 수베로 전 감독은 '리빌딩'이라는 보호막 속에 2021년 첫 시즌을 무난하게 보냈다.

최하위(49승 83패 12무·승률 0.371)로 처진 성적에도 수베로 전 감독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더 참혹한 성적(46승 96패 2무·승률 0.324)으로 또 10위에 그치자, 수베로 전 감독에 대한 실망감이 자라기 시작했다.

한화는 2023시즌을 앞두고 채은성을 6년 최대 90억원에 영입해 타선에 힘을 실었다.

트레이드로 내보냈던 투수 이태양과 내야수 오선진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리빌딩을 종료하고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야심 차게 영입한 '1선발 요원' 버치 스미스가 부상 탓에 단 한 경기만 등판하고서 팀을 떠나고,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도 지독한 부진에 빠지면서 올해도 11일 현재 승률 0.367(11승 19패 1무)로 9위에 머물렀다.

실험은 그만·이기는 야구…최원호 한화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
결국, 한화는 수베로 전 감독을 경질했다.

감독대행을 내세우지 않고,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사실 최원호 감독은 수베로 전 감독의 뒤를 이을 사령탑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최원호 당시 퓨처스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했다.

프로야구 구단이 2군 감독과 다년 계약을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최원호 감독은 퓨처스 감독으로 3년 계약을 한 지 6개월 만에, 1군 감독으로 3년 계약을 하는 또 한 번의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공교롭게도 손혁 한화 단장과 최원호 감독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사촌 동서 사이다.

손혁 단장의 아내이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한 한희원 씨가 최원호 감독의 아내 한희진 씨의 사촌 언니다.

한희진 씨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뛴 골퍼다.

손 단장과 최 감독은 프런트와 현장 책임자로, 한화가 직면한 많은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실험은 그만·이기는 야구…최원호 한화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
최원호 감독은 '선수 육성'으로 한화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최 감독은 '결과'로 답해야 한다.

한화가 수베로 전 감독과 작별한 이유를 '실험적인 야구'라고 밝힌 터라, 최원호 감독에게도 '이기는 야구'가 성패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최원호 감독은 3년 전인 2020년 6월 7일 한용덕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퇴진하자, 6월 8일부터 감독대행으로 나서 114경기를 지휘했다.

당시 한화는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실험'을 용인했다.

최원호 감독은 당시 114경기에서 무려 113개의 라인업을 선보였다.

같은 라인업을 단 두 차례만 썼다는 의미다.

감독대행으로 최원호 감독이 치른 114경기에서 한화는 39승 72패 3무(승률 0.351)에 그쳤지만, 내부에서 감독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식 1군 감독으로 치를 2023시즌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구단 관계자와 최원호 신임 감독의 인터뷰에서 '고정 라인업'이 동시에 거론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한화는 올 시즌 113경기를 남긴 채, 감독을 교체했다.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의 방문 경기부터 한화 1군을 최원호 감독이 지휘한다.

최원호 감독은 3년 전과 달라진 신분으로, 달라진 목표를 안고 '정식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