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개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개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처럼 기술적으로 최첨단에 있는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챗봇 바드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구글클라우드 사무실(구글MP1)에서 열린 글로벌 언론간담회에서다. 구글은 전날 미국 마운틴뷰에서 연 연례 개발자회의 I/O에서 바드를 세계 180개국에 전격 공개했다.

○“한국은 첨단 기술의 최전선”

바드에 한국어 탑재…구글 "기술 선도하는 韓시장 선점"
피차이 CEO는 “한국과 일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지역”이라며 “이들 국가는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가장 선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이 한국과 일본에서 서방 국가보다 훨씬 빠르게 보급된 사례를 소개했다. 피차이 CEO는 “1999년 서울에서 택시를 탔을 때 운전기사가 휴대폰 석 대를 이용하고 있었다”며 “일본에선 저녁 식사 때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서로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첨단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생성형 AI도 빠르게 확산할 것이란 기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국가의 언어로 구글이 생성형 AI를 먼저 내놓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영어와 다른 언어적 특성도 이유로 들었다. 피차이 CEO는 “영어의 관점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는 굉장히 멀리 떨어진 언어”라며 “AI를 개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모든 것을 일깨워주고 다른 언어로 작업하는 것을 쉽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킬 때 영어에 편중하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어순이 정반대인 한국어와 일본어를 학습하면서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속도 경쟁보다 책임감 강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생성형 AI 경쟁에 대해 피차이 CEO는 “구글은 경주하듯 속도 경쟁을 하고 싶지 않다”며 “균형 잡힌 AI를 개발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소모적인 속도전보다는 인류에 도움이 되는 책임감 있는 AI를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AI가 잘못된 결정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 AI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창립 25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는 말에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25년 동안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답했다.

이와 별도로 열린 간담회에선 구글과 삼성의 협업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에릭 케이 구글 엔지니어링·플랫폼·에코시스템 담당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혁신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구글 픽셀 폴드 출시는 혁신의 확장이며 삼성 폴더블폰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선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모바일플랫폼솔루션(MPS)팀장(부사장)도 “두 회사는 혼합현실(XR)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니베일=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