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두가지 타입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줄 때 즐거움을 느끼는 타입, 또다른 하나는 자신이 모르던 것을 알게 될 때 즐거움을 느끼는 타입이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암 셰익스피어는 자신만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가 쓴 <햄릿>, <리어왕>, <멕베스>, <로미오와 줄리엣> 등은 모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거기에 쓰이는 언어를 영국 학생들은 '셰익스피어 랭귀지'라며 싫어한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하오소서체(사극대화체)를 싫어하듯이 말이다.

헴릿 공연에서 독백 신(scene)이 나오는데, 영국에서는 배우들이 소리가 안들리게 표정으로만 연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시적이고, 표정으로 연기해야 하듯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적이다’는 표현은 불필요함 없이 핵심적이고 은유적인 용어라는 의미이다.

발레 역시 말없이 몸동작만 가지고 스토리를 표현한다. 언어가 없고, 표현도 최대한 절제된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발레로 표현하기 안성맞춤이다.
셰익스피어가 읽어주는 발레 이야기
몬태규가의 로미오는 파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줄리엣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집안과는 원수지간인 캐플릿가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 이들은 서로가 이미 상대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은 가족을 피해 도망한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 비극이다.

이 스토리를 어떻게 말없이 발레로만 표현할 수 있을까? 여기서 나오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먼저 줄리엣을 만나 사랑에 빠진 로미오가 자신의 친구 머큐쇼에게 '줄리엣은 예쁘다'고 자랑하는 장면이 있다. 로미오는 손으로 멀리 있는 줄리엣을 가리키며 자신의 얼굴 주변을 손으로 원을 그리며 돌린다.이게 바로 ‘예쁘다’는 뜻이다. 두 손으로 자신을 기리키면 ‘나’라는 의미이고, 두 손으로 당신을 가리키면 ‘당신’이라는 의미이다.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왼손 약지)을 오른손으로 가리키면 ‘결혼’을 뜻한다.

다음은 조금 복잡해진다. 이 세가지를 이어서 동작해 보자. '당신, 나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라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두 손을 심장이 있는 쪽에 댄 뒤,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면 ‘나의 사랑을 하늘에 맹세한다’라는 뜻이 된다. 이렇게 로미오는 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한다.(사진1,2,3,4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하는 장면)
셰익스피어가 읽어주는 발레 이야기
셰익스피어가 읽어주는 발레 이야기
셰익스피어가 읽어주는 발레 이야기
셰익스피어가 읽어주는 발레 이야기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시인이다. 시와 발레의 공통점은 함축이다. 셰익스피어는 함축된 언어로 글을 썼고, 이 언어는 발레로 표현되었다. 그것을 다시 말이 없는 그림에 담아 본다. 발레가 그림으로, 그림은 또다시 시로…. 함축된 사랑의 표현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는건 어떨까? (사진5.로미와와 줄리엣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
셰익스피어가 읽어주는 발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