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공약에 따라 설립된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 감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11일 “한전의 한전공대 출연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한전은 당정 요구에 따라 12일 자구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한전공대 출연 문제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한전, 1조원가량 출연해야

한전공대 올해 출연금 1588억, 대폭 깎일 듯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는 지난 정부 정책에 따라 2020년 600억원, 2021년 413억원, 지난해 711억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다. 올해도 1588억원을 내놔야 한다. 출연금은 학교 건물 건설과 운영비로 쓰인다. 한전공대가 완공되는 2025년까지 수천억원대 자금이 필요한데, 이때도 한전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한전공대 설립에는 총 1조6000억원이 들어가는데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이 중 1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간 40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한전이 한전공대에 막대한 돈을 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장관이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한전공대 출연금 삭감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한전공대에 자금을 출연하려면 기획재정부와 각사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정부가 심의 과정에서 출연금을 이월 또는 삭감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출연금이 삭감된 적이 있다. 지난해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한국남동발전이 계획한 210억원의 출연금이 56억원으로 깎였다. 이 회사의 임승태·조일현 이사는 지난해 10월 이사회에서 “현재 재무상황에서는 한전공대 출연이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출연금이 삭감되거나 사라지면 한전공대 운영도 당초 계획과 달리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출연이 계획된 1588억원은 대부분 건물 건설에 투입된다. 아직 학교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건설이 지연돼 건물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 계약이 이미 체결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출연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전, 12일 자구안 발표

한전공대는 감사원과 산업부 감사도 받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한전공대 설립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있다. 부영주택이 한전공대에 부지를 무상기부한 배경이 핵심 쟁점이다. 부영주택은 나주 부영CC 골프장을 쪼개 절반을 학교 부지로 무상기부했는데, 나머지 부지에 대해선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약을 전라남도와 맺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다른 대학과 한전공대의 통폐합까지 거론된다. 다만 한전공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특별법(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에 따라 설립돼 통폐합을 위해서는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한전이 12일 자구노력 비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어 정부가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구안에 한전공대 출연금 삭감을 비롯해 여권에서 요구하는 정승일 한전 사장 거취 문제, 임직원 임금 동결 여부가 담길지 관심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