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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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쓸모'라는 단어와 자꾸 맞선다. '돈도 안 되는 글 써서 뭐에 써먹느냐'는 닦달 때문이기도 하고, 창조라는 답 없는 굴레에 빠져든 예술가들의 자문이기도 할 것이다. '문학은 쓸모 없기에 모든 억압에서 자유롭다'는 김현 선생의 말은 문학의 쓸모에 대한 전설적인 경구로 전해진다.

최지운 작가의 새 소설집 <서른 개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소설가, 나아가 문학에 대한 우화처럼 읽힌다.

소설집은 30개의 짧은 소설로 구성됐다. 작품마다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다. 이름조차 안 나온다. 공시생, 취업준비생, 소설가 지망생 등 '쓰잘머리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너의 쓸모를 보여봐'라는 세상의 요구에 시달린다.
당신은 '쓰잘머리 있는' 사람입니까? [책마을]
각 이야기의 '남자'와 '여자'는 동일 인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30개의 이야기는 연작소설인 듯 아닌 듯 교차된다.

예컨대 소설 '식사' 속 '남자'는 지방대를 전전하는 시간강사다. 소설 '상담' 속 '남자'는 지방대 교수로 갓 임용돼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학생들의 자퇴를 막아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두 남자는 동일 인물이라고 읽어도 좋지만, 각각 독립된 이야기로 읽어도 상관 없다. 반면 공시생인 소설 '캔커피'의 '남자'는 앞서 언급된 소설 속 '남자'들과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설책 맨 마지막에 덧붙여진 에필로그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결국 이들이 훗날 '쓰잘머리 있는 사람'이 됐다고 변호해주는 내용으로, 소설책조차 쓸모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서글픈 인상을 준다.

최 작가는 2013년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부문 당선자다. 이 소설집은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