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도 보건 비상사태 풀릴 듯…"발병 통제 꾸준한 진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엠폭스(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대한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PHEIC)의 해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10일(현지시간)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WHO는 이날 보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보건규약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작년 7월 이후 10개월째 유지해온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해제할지, 아니면 유지할지를 논의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작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이 병에 걸리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동성 남성 간 성적 접촉 과정에서 매개되는 감염 사례가 대다수라는 특징 때문에 질병 자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 그에 따른 질병 대응력 저하 등의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이런 특수성 등을 고려해 WHO는 작년 7월 엠폭스에 대해 PHEIC를 선언했다. 작년 4분기부터는 백신 보급과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을 포함한 각국의 방역 노력 등으로 신규 발병 사례가 줄고 확산세가 덜해진 모습이다.

지난 5일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PHEIC를 3년 4개월 만에 해제하면서 엠폭스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를 보건 위기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 비해 엠폭스가 세계 보건 환경에 끼친 영향은 치명률이나 감염 규모 등에 비춰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WHO가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더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에서 "대부분 국가의 신속한 대응으로 이제 우리는 엠폭스 발병을 통제하는 데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보고된 발병 사례는 이전 3개월에 비해 거의 90% 감소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애초 엠폭스에 대한 PHEIC 선포 당시에도 WHO는 질병의 치명률보다 사회적 낙인과 음성적 발병 확산 등을 더 우려해 결정했던 만큼 이번에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엠폭스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현재 많은 나라에서 엠폭스 발병에 대한 감시 속도를 늦추고 감염 검사나 백신 접종에 대한 접근을 줄이고 있다"면서 "각국이 역량을 유지하고 대응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문가 위원회가 회의 끝에 권고 의견을 제시하면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이를 검토해 엠폭스에 대한 PHEIC 유지 여부를 정한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최종 결정과 위원회의 권고 의견은 통상 위원회가 회의를 연 뒤 수일 내에 공개된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