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신 안맞아" 박서보예술상 걷어찬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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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박 화백 측에 반환키로
예술계 "비상식적" 비판 이어져
예술계 "비상식적" 비판 이어져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부터 시상을 시작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광주 지역 미술계에서 “광주비엔날레가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은 박서보 화백의 이름을 딴 상을 주는 건 5·18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진 탓이다.
광주비엔날레는 1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박 화백 측과 협의해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서보 예술상은 지난해 박 화백이 한국 미술 발전을 후원하기 위해 기탁한 100만달러(약 13억원)으로 만든 상이다. 첫 수상자로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조형작품 ‘코 없는 코끼리’를 출품한 엄정순 작가가 선정됐다. 재단은 “올해 지급한 상금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후원금은 박 화백 측에 반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상을 제정한다는 발표는 지난해 이뤄졌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6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부터다. 이날 지역 예술가들은 ‘기습 시위’를 열고 “박 화백은 민중미술 작가가 아니라 상업적 미술을 한 작가이며, 독재정권에 항거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광주 정신 모독하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시위와 입장 발표를 거듭해왔다.
광주지역 미술계는 박서보 예술상 폐지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 예술계에서는 “비상식적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후배 예술가 양성을 위해 선의로 사재를 내놓은 박 화백이 표적이 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상과 광주비엔날레의 성격이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재단이 미리 잘 살폈어야 하는 일이지 상금을 기부한 사람을 성토할 일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박 화백도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 2월 공표됐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할 충분한 기간이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씁쓸해했다. “내 인생의 꿈 중 하나가 미술상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광주비엔날레는 1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박 화백 측과 협의해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서보 예술상은 지난해 박 화백이 한국 미술 발전을 후원하기 위해 기탁한 100만달러(약 13억원)으로 만든 상이다. 첫 수상자로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조형작품 ‘코 없는 코끼리’를 출품한 엄정순 작가가 선정됐다. 재단은 “올해 지급한 상금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후원금은 박 화백 측에 반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상을 제정한다는 발표는 지난해 이뤄졌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6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부터다. 이날 지역 예술가들은 ‘기습 시위’를 열고 “박 화백은 민중미술 작가가 아니라 상업적 미술을 한 작가이며, 독재정권에 항거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광주 정신 모독하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시위와 입장 발표를 거듭해왔다.
광주지역 미술계는 박서보 예술상 폐지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 예술계에서는 “비상식적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후배 예술가 양성을 위해 선의로 사재를 내놓은 박 화백이 표적이 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상과 광주비엔날레의 성격이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재단이 미리 잘 살폈어야 하는 일이지 상금을 기부한 사람을 성토할 일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박 화백도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 2월 공표됐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할 충분한 기간이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씁쓸해했다. “내 인생의 꿈 중 하나가 미술상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