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수위 낮아져야 총선 출마길 안 닫혀…태영호 "이틀간 많이 고민"
김재원은 자진 사퇴 '선긋기' 유지…홍준표 "'탈당 권유'로 잘라내야"
與 '정치적 해법' 주문에 태영호는 사퇴…김재원은 '버티기'
잇단 설화와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 녹취로 논란의 중심에 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0일 결국 최고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날 오후 중앙당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을 앞두고 윤리위가 언급한 '정치적 해법'을 통해 자신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사퇴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퇴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이나 지도부와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태 의원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태 의원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 8일 윤리위 회의 후 황정근 윤리위원장의 '정치적 해법' 발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위원장은 이틀 전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이 '징계 결정 전 자진 사퇴할 경우 양형 사유에 반영되나'라고 묻자 "만약에 그런 어떤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징계 결정 전 최고위원직을 내려놓는다면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태 의원도 이날 회견 후 "윤리위가 열린 이후 오늘까지 지난 이틀 동안 정말 많이 고민하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與 '정치적 해법' 주문에 태영호는 사퇴…김재원은 '버티기'
그간 당내에서는 태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당원권이 1년 넘게 정지되면 내년 4월 총선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하는 길은 사실상 막힌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을 경우에도 11월에야 징계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나 수위가 당원권 정지 3개월이나 경고 정도로 낮아진다면 공천 신청 가능성은 닫히지 않게 되는 셈이다.

태 의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자진 사퇴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태 의원의 결정으로 지도부도 안도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태 의원의 자진 사퇴는 함께 윤리위 징계 심사를 받는 김재원 최고위원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자진 사퇴 회견에서 "큰 누를 끼쳤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등으로 한껏 몸을 낮추며 '성의'를 보인 태 의원과 대비되면서 징계 수위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여전히 자진 사퇴에 선을 그으며 '버티기' 중이다.

전날 통화에서 자진 사퇴 문제와 관련해 "들은 바 없는 이야기"라고 밝힌 그는 이날도 외부 접촉을 최소화한 채 여론과 당내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지 않고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는다면 김 최고위원의 자리는 '사고' 상태가 된다.

태 의원의 사퇴로 '궐위'가 된 자리는 당헌·당규에 따라 30일 이내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을 선출하게 되지만, '사고'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된다.

3·8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수석' 최고위원이 된 김 최고위원 자리가 빈 채로 최고위원 회의가 진행되는 그림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징계 수위를 최고위원 궐위로 인정되는 '탈당 권유'의 강수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논란 인사를 신속히 정리하고 후임을 뽑는 게 낫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어설프게 당원권 정지를 해서 절름발이 최고위원회의를 만들 필요가 뭐 있느냐"며 "잘라내고 전국위원회를 통해 보궐선거를 해서 중량감 있는 사람들을 모시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與 '정치적 해법' 주문에 태영호는 사퇴…김재원은 '버티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