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와다 요코 대표작 '목욕탕' 복간
[신간] 이디스 워튼 '반마취 상태' 국내 초역
▲ 반마취 상태 = 이디스 워튼 지음. 손정희 옮김.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여성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디스 워튼(1862~1937)의 후기작 '반마취 상태'가 국내 초역됐다.

1927년 발표된 이 작품은 미국의 재즈 시대에 뉴욕의 한 상류층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따라간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 아래 숨겨진 구성원들의 심각한 갈등,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을 예리하게 그렸다.

정신적으로 고립된 여주인공, 어둡고 우울한 공간적 배경, 초자연적인 힘 등 고딕 소설의 전통적 요소들을 현대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해 당시의 시대상을 재치 있게 풍자했다.

'환락의 집', '이선 프롬', '순수의 시대'로 대표되는 워튼의 걸작선들보다는 다소 급이 낮은 작품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혼란스러운 미국의 사회상을 반영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혼란스러운 이야기 전개를 택한 것으로 분석되는 등 재평가되고 있다.

제목 '반마취 상태'는 1920년대 뉴욕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출산 시 통증을 줄이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과 진경제 성분인 스코폴라민을 혼합해 투약하던 관행과 관련된 용어다.

작가는 이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이, 나아가 사회 전체가 '반마취 상태'에 빠졌다고 봤다.

은행나무. 452쪽.
[신간] 이디스 워튼 '반마취 상태' 국내 초역
▲ 목욕탕 = 다와다 요코(多和田葉子) 지음. 최윤영 옮김.
주인공 '나'는 독일에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으로 동시통역 일을 한다.

어느 날 그는 일본의 한 무역회사가 독일 측 상대방을 초청한 모임에서 일하게 된다.

참석자들 간에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주인공은 통역하다가 이내 말을 더듬고 위가 뒤틀려 정신을 잃는다.

한 호텔 직원의 방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이 먹은 생선이 자신의 혀를 먹어버리는 꿈을 꾼 뒤 더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목욕탕'은 언어가 사라져버린 인위적 상황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언어는 세계와 자아를 잇는 매개체가 아니라 진정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로 작동한다.

이 작품은 독일어와 일본어 두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 다와다 요코의 초기 소설로 국내에서 10년 만에 복간됐다.

독일과 일본 양국에서 괴테 메달과 아쿠타가와상 등 유수의 문학상들을 받은 뒤 현재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다와다의 대표작이다.

작가의 언어관과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독일어로 먼저 발표되고 후에 일본어로 출간된 이 작품은 서울대 독문과 최윤영 교수가 번역했다.

책읽는수요일. 11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