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끈질긴 추적조사 실화범 특정…검찰 송치 예정

지난달 2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평리에서 발생해 이틀간 25㏊(축구장 35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낚시객의 담뱃불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 25㏊ 태운 옥천 산불…블랙박스에 딱걸린 '담뱃불'
옥천군은 불이 처음 시작된 발화지점에서 담배를 피운 40대 낚시객 2명을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통상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없는 곳에서 난 산불은 실화로 추정되더라도 용의자를 특정하는 게 좀처럼 힘들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내가 불을 냈다"고 자백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옥천 산불의 경우 특별사법경찰관을 겸직하는 옥천군 산림당당 공무원들의 남다른 촉과 끈질긴 노력으로 실화범을 찾아냈다.

불이 시작된 시간은 2일 오전 11시 3분.
험한 산세와 때마침 부는 강풍 때문에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 옥천군은 즉각 산림청에 헬기 지원을 요청한 뒤 진화인력을 대거 현장에 투입했다.

또 발화지점을 확보하고 목격자 탐문과 증거수집 등을 통한 화인 조사에도 착수했다.

발화지점 부근에 세워진 차량 5대의 블랙박스를 일일이 확인한 옥천군은 그중 한 차량에서 미심쩍은 영상 하나를 확보했다.

산림 25㏊ 태운 옥천 산불…블랙박스에 딱걸린 '담뱃불'
영상에는 주차된 승합차 옆에서 낚시객으로 보이는 남성이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과 해당 차량이 자리를 뜬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촬영지점까지 거리가 멀고 해상도가 떨어져 구체적 상황을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옥천군은 해당 영상을 충북지방경찰에 보내 포렌식과 정밀분석을 요청했다.

그리고 오랜 분석 끝에 흐릿했던 영상 일부를 되살리고 차량 번호판도 확인, A씨 등 2명을 실화 용의자로 특정했다.

특별사법경찰관인 김선병 옥천군 산림보호팀장은 "A씨 등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주고 담배를 피웠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며 "이들이 버린 담배꽁초의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수풀로 옮겨붙은 게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A씨 등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으며, 조만간 사건을 청주지검 영동지청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불은 31시간 동안 대청호 기슭 2개 마을의 산림 25㏊를 태웠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며 한 때 산불대응 1단계가 발령되고 일부 주민들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정부는 사흘 뒤 이 지역을 전국 9곳의 산불 피해지역과 함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