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20개가 넘는 상장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제 2의 도약을 위해 외부에서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거나, 공동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로 변경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8일 지놈앤컴퍼니는 홍유석 신임 총괄대표 후보자가 회사에 합류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서영진 각자대표는 오는 31일자로 사임한다. 홍 총괄대표 후보자의 공식 선임은 내년 3월 정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3월부터 배지수, 박한수, 서영진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배 대표가 투자 등 대외 업무를 맡았고, 박 대표는 연구개발(R&D), 서 대표는 내부 살림을 맡아왔다. 회사가 커지면서 경영을 3인이 분담했다. 서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앉는 홍 후보자는 해외 업무에도 신경을 쓸 예정이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홍 후보자가 30년 간 글로벌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후보물질의 사업화, 해외 사업 본격화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내년 주총 전까지 홍 후보자는 사장직에 보임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디앤디파마텍 출신인 홍유석 대표 후보자는 GSK 한국법인 대표, 일라이릴리 본사 사업개발 총괄 수석 임원 등을 거쳤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이번 영입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업개발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며 “올해는 지놈앤컴퍼니가 대내외적으로 새로운 동력을 가져야 할 시기인 만큼 경영진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를 포함해 이날까지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올린 제약·바이오 기업은 26곳에 달한다. 지난달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정인철 사장과 신승수 부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바이오 ‘1세대’ 조중명 전 대표가 사임하며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달 카나리아바이오는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나한익·문현욱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올해 3월에는 차바이오텍이 오상훈 단독대표에서 오상훈·이현정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이 신임 대표가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을 가진 임상개발 전문가인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같은달 지씨셀은 제임스박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해외로 확장시키는 데 있어, 박 신임 대표가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공동대표나 각자대표에서 단독대표로 체제로 바꾼 기업도 있다. 단독대표 체제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월 유바이오로직스는 백영옥·최석근 공동대표 체제에서 백영옥 단독대표 체제로, 마크로젠은 김창훈·이수강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창훈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개미들의 반란으로 대표이사가 바뀐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파나진 소액주주들은 이사회를 장악한 데 이어 창업자인 김성기 대표를 해임했다. 신임 대표는 소액주주 측 이사 가운데 한 명인 김명철 대표가 맡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5월 8일 11시 28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