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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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기술직 직원들의 수입이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칼바람이 이어지는 데다 지난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예전만큼 자사주로 많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술직 직원들이 기술 기업의 호황과 함께 지난 몇 년 간 부를 창출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지난해부터 금리인상 충격과 실적 부진 전망 등으로 빅테크 주가가 급락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아마존·메타 등 기업은 기술직 직원 급여에 주식 보상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인재를 잡아두기 위해 자사주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빅테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발자를 포함한 기술 직원들의 수입도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 들어 빅테크의 주가가 일부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2021년 최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경기 침체와 수익 둔화 등을 이유로 채용했던 직원을 감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장 생계를 위해선 울며 겨자 먹기로 자사주를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예상보다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 게 된 것이다.
"돈벌이 예전같지 않네"…잘나가던 美 개발자들 수입 확 줄었다
일부 기술 기업은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장려하기 위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4년간 25%씩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해고된 후에는 이것도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기술직 직원들을 더 암울하게 하는 건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겨도 예전만큼 돈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다.

샌디에이고에서 재무 고문으로 활동 중인 브랜던 웰치는 "IT 주식이 막 오르고 있을 때 주식 보상은 환상적이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부진은 내부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WSJ은 지적했다.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도 무기한 연기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다. 스타트업의 기술자들이 큰돈을 벌 기회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해오던 학생들도 희망이 무너졌다.

한편 지난해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단행한 구조조정으로 감축된 인원은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인적자원 전문 리서치 기업 리벨리오랩스에 따르면 빅테크에서 근무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빅테크가 아닌 비(非) 빅테크로 전직하는 비율은 올해 2월말 기준 51%로 집계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