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채권들을 사들여 운용하는 단기 금융상품 머니마켓펀드(MMF)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도입된 법인형 MMF 시가평가제도로 인해 적극적인 운용도 가능해진 덕도 봤다. 운용사들도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금융위기 불안 고조…美 MMF 규모 14년만에 최대

MMF란 증권사와 운용사의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이다. 고객들의 자금으로 펀드를 구성해 재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은행 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원하면서도 투자 손실은 원치 않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있어 예금의 대체재로도 평가 받는다.

미국에서는 연초부터 MMF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이 뱅크런 속 부도를 맞는 등 금융 위기가 불거진 탓이다. 미국 MMF 전체 규모는 지난 3월 5조달러를 넘어섰다.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고공행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ICI리서치에 따르면 이번 달 3일 기준 미국 MMF 자금 규모는 5조310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시장도 MMF 규모가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MMF 순자산총액은 211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펀드 중 20% 비중을 차지했다. 3일 현재는 188조1872억원까지 내려앉았지만, 지난해 말 153조4368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34조원 이상 큰 규모다.

이 사이 예금은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에 맡겨진 돈을 뜻하는 총수신은 지난달 12월 2474조원에서 올해 2월 2422조원으로 52조원 줄었다.

국내도 MMF 인기…시가평가 도입에 법인 MMF 늘어

국내 MMF 인기에는 4월부터 시행된 법인형 MMF 시가평가제도도 한몫했다. MMF는 초단기형으로 운영되다 보니 엄격한 운용 규제를 받았다. 법인 MMF에만 장부가 평가를 적용해온 점 등이 대표적이다. 장부가 평가는 시장 금리 상황과 관계없이 매매 시점의 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한다. 시장금리의 변동과 무관하게 원금 손실 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 규제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독이 됐다. 시가와 괴리율이 커지자, 선(先) 환매 투자자들이 단기 채권을 고평가된 가격에 환매 받을 수 있는 환매 유인이 생겨서다. 이는 연초 단기자금 경색 속 자금시장 불안을 부추길 만한 요인으로 지목받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4월부터 새로 설정되는 법인용 MMF에 모두 시가평가 방식을 적용토록 했다.

법인형 MMF 시가평가제도가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MMF 운용 전략도 가능해졌다. 투자 대상이 더 늘어났고, 안정적 자산을 30% 이상 상시 편입하는 등의 규제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시헌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은 "시가평가 MMF는 보유 자산의 가중평균 잔존만기를 확대하는 등 완화된 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추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MMF를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법인 자금도 방향을 틀고 있다. 3월 말 167조원 수준이었던 법인 MMF 순자산총액은 법인형 MMF 시가평가제도가 시작된 4월 이후 18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시가평가 MMF 속속 출격…'MMF ETF'도 등장

운용사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법인용 시가평가형 MM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4.83%에 달한다. 이번 달에는 수탁고 1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11월 설정 이후 5개월 만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도 법인용 시가평가 MMF를 이번 달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

개인들이 법인형 시가평가 MMF 수준의 높은 성과를 기대하며 투자할 수 있는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온다. KB자산운용은 시가평가 MMF 수요를 공략한 초단기 채권형 ETF '머니마켓액티브'를 9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KIS 시가평가 MMF지수를 추종하며 MMF에 준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법인용 MMF 수준의 금리를 개인이 투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성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