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대표 유물' 천마도는 2점이 한 쌍…한 달씩 나눠 전시 예정
조명 어둡게 하고 '인증샷'은 금지…귀한 '천마도' 나오기까지
"아까 천마총 갔다 왔잖아, 이게 진짜 천마 그림이래."
4일 오후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 '천마, 다시 만나다' 특별전을 찾은 한 여성이 아이에게 어둑한 공간에 놓인 천마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하얀색으로 그린 천마가 신기한지 한참을 쳐다봤다.

신라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 중 하나인 '천마도'(정식 명칭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가 수장고를 벗어나 오랜만에 관람객과 만났다.

현재 남아있는 신라 회화 작품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이 유물의 실물이 공개된 건 2014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천마총 발굴 50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외출'이다.

김현희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과장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관계자들도 쉽게 볼 수 없는 유물"이라며 "수장고에서 꺼낸 순간부터 전시하는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귀한 유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조명 어둡게 하고 '인증샷'은 금지…귀한 '천마도' 나오기까지
천마총은 5세기 후반 혹은 6세기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릉급 무덤이다.

그 안에서 나온 천마 그림 역시 적어도 1천500년의 세월이 쌓였기에 조심할 부분이 많다.

특히 빛에 노출되면 색이 바래거나 외형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보인 천마도가 오랜 기간 수장고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도 여러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일반적으로 전시실에 쓰는 조명보다 조도를 낮추고 바닥 면에 간접 조명 시설을 설치했다.

온도와 습도도 두 갈래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천마 관련 유물을 전시한 공간에서 촬영도 제한했다.

조명 어둡게 하고 '인증샷'은 금지…귀한 '천마도' 나오기까지
구본창 작가가 찍은 사진, 천마총에서 출토한 황금 유물을 전시한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인증샷'(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지만 천마도를 볼 때는 안된다.

진열장 옆에는 직원이 항상 있도록 했다.

천마도를 어떻게, 또 얼마나 보여줄지도 고민거리였다.

당초 박물관은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전시 개막 후 2주, 폐막 전 2주를 합쳐 총 4주간만 천마도를 공개하려고 했으나 여러 차례 회의 끝에 방침을 바꿨다.

더 많은 관람객이 천마총 발굴 50년의 의미를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과장은 "문화유산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최대한 안전에 신경 쓰면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 기간 내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빛에 약한 유물 특성상 전시가 열리는 두 달 내내 공개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조명 어둡게 하고 '인증샷'은 금지…귀한 '천마도' 나오기까지
몇 번을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결론은 '2점의 천마도를 교대로 보여주자'였다.

천마가 그려진 말다래는 자동차 바퀴 옆에 있는 흙받기와 비슷하다.

말 안장의 양쪽에 매달아 사용하기에 2점이 한 쌍을 이루는데 천마도 역시 정확히는 2점이 있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천마도는 2점 가운데 아래에 있던 것이다.

위에 있었던 천마도는 발굴 당시 급히 보존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흘러내린 약품이 스며들어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준비를 마친 두 천마도는 5월 4일∼6월 11일, 6월 12일∼7월 16일로 나눠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제주에서 경주로 여행 온 박선주 씨는 "우연히 박물관에 들렀다가 실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진으로 보다가 진짜 천마도를 보니 말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했다"며 말했다.

조명 어둡게 하고 '인증샷'은 금지…귀한 '천마도' 나오기까지
/연합뉴스